창밖으로 보이는 이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길지 않은 시간인 줄 알기에 기꺼이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보니 인생도 그러하다. 길고 지루하고 지옥 같다고 생각한 시간이 그때는 무한 반복되는 줄 알았다. 지나고 보니 그리 길지 않았다. 50년 살아도 이렇다 할 기억도 없고, 흔적도 없이 50년이 지나간 거다.
계절 바뀌듯 빈번하게 스치고 가는 잡다한 많은 일과 인연도 다를 바 없다. 그 순간을 위한 장치 같은 거다. 나에게 돌아오는 자극과 그로 인해 내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변수를 제공하는 자극을 위한 장치처럼 작동한다.
모든 자극과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바란 적 있다. 여기에서 벗어나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 마지막 종착지인 것처럼 달려야 하는 줄 알았다. 감당하기 벅찬 자극을 주는 대상에서 적극적으로 벗어나고 자신을 고립시킨 것은 내 선택이었다.
코로나 19는 처음 바람과 달리 길게 우리 삶을 망가뜨릴 것이다. 이젠 그걸 받아들이고 다음 내 삶을 계획하고 불편함에 분노하는 짧은 인내심을 조금 더 확장 시켜보는 노력을 하기로 했다. 지금 이 상황이, 이 선택이 내게 제공한 변수에 눈 뜰 것.
고립된 덕분에 인터넷과 접할 수 없는 시간대에 책을 읽게 됐고, 누군가 골라준 책을 읽으며 점점 퇴화하는 머리의 퇴화 속도를 조금 늦추는 노력은 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생각해보니 올해는 꽤 기억에 남을 자잘한 일이 많았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전환기를 맞아서 숱하게 흔들리면서 겨우 버텼다.
얼굴 화끈해지는 일이 많아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괜찮은 척하지 말고 실컷 울어야겠다.
잠시 머물다 갈 이곳에서 한 철 잘 살았다.
내년은 어떻게 살아질지..... 텅 빈 가슴이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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