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흐르는 섬 <2020~2024>/<2020>

12월 21일

by 자 작 나 무 2020. 12. 21.

왜 그렇게 오래 참았을까......

아플 때 그냥 병원 갈 것을......

요즘은 병원 가는 것만큼 무서운 일이 없다. 참다가 참다가 이제 더 참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오늘 퇴근하는 길에 병원에 갔다. 이 동네 의원에선 염증 검사를 할 수 없나 보다. 그냥 항생제만 잔뜩 준다.

 

약봉지를 주머니에 넣고 탈래탈래 걸어가는데 산 너머 해지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울컥 눈물이 날 것 같다. 약이 독하니까 꼭 밥 먹고 먹으라는 주의를 듣고 보니 그냥 빈 속에 약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돌아가는 길에 아무리 둘러봐도 먹고 싶은 것이 없다. 희한하다. 이런 때도 있다.

 

약 먹으려고 끓인 물 한 잔을 따라놓고 식을 때까지 가만히 견딘다. 찬물 타서 먹으면 되는데 식후 30분이라고 써놔서 조금 기다릴 시간이 필요하다. 약 먹고 가방 들고 기숙사에 가면 영영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오늘 아침 수다 살롱에 이어, 오후 독서 살롱에서 주고받은 대화 덕분에 이 암울한 하루를 딛고 병원에도 다녀왔다. 다음 일은 정말 생각한 대로 돌아가게 되는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 한 가지씩 저지르고 감당하고 살아가야지. 살아가야지.....

'흐르는 섬 <2020~2024> > <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총 맞은 것처럼  (0) 2020.12.22
안개  (0) 2020.12.22
아침 수다 살롱  (0) 2020.12.21
12월 16일  (0) 2020.12.16
짝사랑은 서럽다  (0) 2020.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