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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

아침 수다 살롱

by 자 작 나 무 2020. 12. 21.

월요일 아침 차 마시는 자리에서.

 

교과 교실제 덕분에 세 사람만 쓰는 이 방에서 두 사람은 커피를 즐겨 마신다. 아침에 내가 내린 커피로 카페인 섭취를 하고 사과 두 알만 깎아도 먹으면서 한참 이야기하게 된다.

 

단순하게 자식 자랑이나 집에 실내장식 한 자랑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접근하게 되는 부분에서 가벼운 마찰이 일어난다. 부드러운 마찰로 인한 일깨움 현상 같은 것이다. 잊고 있던 부분을 들추어서 생각하고, 내 일상에서 간과한 부분 중에 확대해서 다시 확인할 부분을 알아채게 된다.

 

알아차림과 일깨움이 있는 대화는 즐겁다. 사람은 혼자서는 발전할 수 없다. 갈등과 고민의 대상과 부딪히고 문제가 생겨야 해결할 능력도 생긴다.

 

나는 꽤 오래 쉬느라 고여있었다. 마찰을 일으키고 부딪힐 수 있는 대상과 만나야 한다. 지독하게 신경을 긁는 불쾌한 마찰이 아니라 고여있는 자신을 끌어올릴 힘을 북돋우는 자극과 마찰이 필요하다.

 

내가 피하는 상대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잡음만 일으킬 마찰만 생길 것이거나, 발전 없는 하위의 단계를 반복하여 답습하게 될 것을 미리 계산하고 불편해하는 것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이 굳고 발전 없는 견고한 성을 깨부수어야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 

 

어제저녁에 프렌차이즈 빵집에서 사 온 빵이 너무 달아서 머리가 깨지고 혀가 혹사당한다는 느낌에 한 입 먹고 물렸다. 우리 동네 빵집에서 간혹 사 먹던 빵과는 정말 다르다. 아침에 커피 마시는 자리에서 불현듯 '살롱 드 보네'를 떠올렸다. 올초에 부산대에서 연수할 때 매일 아침 그 빵집에서 새로운 빵 한 가지씩을 간식으로 사다 줘서 매일 새 빵을 맛봤다.

 

다양한 빵집에서 만드는 빵을 먹어본 다음에는 프렌차이즈 빵집에서 파는 빵이 얼마나 공격적인 맛인지 알게 됐다. 그 사실을 깜박하고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눈에 띄는 익숙한 가게여서 들렀다가 사 온 빵은 정말 실망 그 자체였다. 

 

그리고 떠올린 빵집 이름에서 '살롱'의 역할에 대해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다양한 생각이 부딪히고 깨지고 다듬어지고 깎이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마찰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란 생각에 살롱 문화처럼 긍정적인 에너지와 발전의 발판이 될 인연은 어디서 만나며 어디서 마찰을 일으킬 것인지 생각했다.

 

불편한 부딪힘과 상처받을 두려움을 앞세워 얼마나 움츠리고 있었던가. 혼자서는 넘기 힘든 산언덕에서 주춤거리지 말고 이젠 나와 마찰을 일으킬 누군가를 만나야 할 때다. 나를 끌어당기는 흡인력에 기대어 과감하게 깨질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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