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앓고 지내느라 경제 활동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살아서 내 형편으로는 엄청난 집세를 감당하며 수도권에 가서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딸이 떠난 뒤에 혼자 남겨진 이 공간은 청소하고 정리하기 거추장스러운 곳이 되고 말았다.
20대 중반에 삶의 기반을 수도권으로 옮기려고 수없이 오가며 느낀 것은 그렇게 복잡하고 사람 많고 혼이 빠질 만큼 소음으로 그득한 곳은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확고해서 옮겨가지 않았다.
사람이 그리운 것도 견디기 힘들고
복잡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에 들어가는 것도 쉬운 선택은 아니다.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를 덜 할까.
외롭다는 생각에 사무쳐서 시름시름 앓고 엉뚱한 에너지를 뺏기는 것보다 그곳에서의 불편한 삶을 견디는 게 나을까? 혼자 지내게 되니 감정에 치인다. 온기 없는 삶에 시름시름 앓는다.
*
고2 겨울방학이었던가...... 집 근처 불교회관에서 지내던 한 시인이 그랬다.
"서울에 있으면 통영 바다가 그립고, 통영에 있으니 사람이 그립다."라고.
한철 살고 그 시인은 다시 통영을 떠났다.
사람 속에 있던 사람은 바다만 보고, 섬만 바라보고 사는 삶을 더 견디기 힘들다. 이곳에 오래 살다 보니 나도 섬이 되었다. 어디든 흘러들어 뭍에 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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