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이나 미뤘던 LED 등기구를 달았다.
2005년인지 2006년에 4구 형광등 기구를 사서 직접 교체했다. 지금 컴퓨터를 쓰는 이 방은 방 한 칸에 대여섯 평 정도 된다. 공부방으로 쓰려고 마음먹고 이사든 집이어서 이 방을 꾸미는 데에 그 당시에 신경을 꽤 썼다. 이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쭉 살아서 모든 것이 그 시절에 멈춰있다.
몇 달 전에 전등이 계속 깜박여서 LED 등기구를 샀다. 설명서 읽으면 어지간한 것은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겁 없이 사놓고 전동 드라이버를 찾으니 전동 드라이버가 없다.
거기서부터 손 놓고 계속 미적거리다 몇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어제 다시 그 생각을 해냈을 때는 이미 어두워진 다음이어서 불 끄고 해야 하는 등기구 교체는 할 수 없었다.
조금 전에 문득 해야겠다는 생각에 전동 드라이버 찾아놓은 것을 가져다 놓고 무작정 이전에 쓰던 4구 형광등 기구를 해체했다. 천정을 목이 꺾이도록 바라보며 하려니 팔이 부들부들 떨린다.
형광등 전선 연결구가 없이 전기 절연 테이프로 감아서 대충 전선을 연결한 것이 문제가 되어 아마도 계속 깜박거린 것 같다. 낡은 전등 기구는 십수 년 그대로 천정에 붙어 있다가 손을 대면 그대로 부서질 만큼 삭았다. 새 등기구를 연결할 때 이번에는 형광등 전선 연결구가 절실하게 필요한데 그걸 사러 나가기가 애매해서 절연 테이프로 처치하고 등기구를 천정에 연결하고 보니 바닥 어딘가에 작은 커넥터 두 개와 그렇게 애타게 찾던 긴 나사 두 개가 봉지에 들어있다.
어딘가에 있었는데 불을 끈 뒤에 안경까지 벗었더니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가까운 것을 잘 보려면 안경을 벗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 검은색과 빨간색 선을 서로 잘 맞게 연결해서 두 선이 붙어 있게만 하면 전기는 통한다. 단순한 원리대로 전선 껍데기를 살짝 벗겨서 길게 보이게 해서 서로 감아놓고 절연 테이프로 대충 봉합했다.
나중에 전선 연결구를 사게 되면 다시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일을 벌인 뒤에 바로 연결구를 찾았는데 하기가 싫다. 두꺼비집을 내리지 않고 형광등 스위치만 내리고 고무장갑 끼고 긴장한 상태로 부들부들 떨면서 했더니 힘든 일이 아니었는데 너무 힘든 일을 한 것처럼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단순하게 전동 드라이버 하나를 찾지 못해서 미루고 미룬 것을 이제야 했다. 내 문제다. 어떤 연결고리든지 하나만 부족하면 바로 겁먹고 물러선다. 해결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항상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불안에 떤다. 그냥 하면 되는데 못한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세게 찍힌 다음엔 혼자선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떨며 아직도 패배자 같은 병을 앓고 있다.
LED 등으로 달았으니 한동안은 형광등 갈아 끼울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진작에 했어야 했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다. 내 안에 있는 두려움은 내가 만든 거다. 네가 나를 배신했거나 등에 칼을 꽂았거나 결국 너는 그렇게 도망쳤을 뿐. 아픈 건 나니까. 네 탓 해봐야 무슨 소용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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