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에 찾아다닌 것은 맛있는 음식 먹는 즐거움에 산다는 딸을 어디든 데리고 다니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끼를 먹어도 이왕에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한다는 딸의 행복을 위해, 함께 여행 다니는 소소한 내 즐거움을 위해서 하기 시작한 맛집 나들이. 이제 어릴 때 데리고 다니듯 쉽게 데리고 다닐 수도 없어지니 굳이 혼자 맛집 찾아서 어딘가 가고 싶지 않다.
내 에너지는 함께 사는 딸을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한 노력에서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따로 떨어져서 산다고 가족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가족이라고 해도 멀리 있으면 이웃사촌만 못하다.
새 학기에 딸이 대학가로 떠나면 내 생활은 어떻게 변할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어떻게 하고 싶지도 않다. 모든 게 끝났다는 기분...... 아직 끝이 아닌데, 잘 알지만 요즘 내 기분은 계속 그렇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해보려고 하지만 잠시 괜찮은 듯했다가도 기분은 다시 가라앉는다.
저녁을 먹고 맥주 한 캔을 따서 둘이서 한 잔씩 나눠마셨다. 레몬맛 나는 독일 맥주였는데 쓰지 않으니 잘 넘어간다. 해야 할 일을 펼쳐놓고 겁먹고 계속 맴맴 돌다가 몇 줄 쓰고 또 딴짓하기를 반복한다. 나중에 나는 알아야 한다. 왜 지금 이렇게까지 자신을 힘들게 하며 방황하고 질척거렸는지......
어디서부터 길이 끊어진 것인지, 이 고비는 어떻게 넘겨야 하는지, 어떻게 넘어갈 것인지 나중에 돌아보기 위해 이 허튼짓으로 가득한 1월의 갑갑함을 기록한다.
혼자서도 어떻게든 살아내겠지만, 이 지점쯤에 계획했던 것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져버리는 바람에 아직 그대로 주저앉아서 멍하니 오갈 데 없는 시선 불안한 시절을 산다.
꾸준히 자꾸 봐서 좋아지는 사람도 있고, 생각만 해도 좋은 사람도 있다. 이런 것을 알게 된 것만 해도 다행인가? 그런 것도 모르고 살기도 하니까. 겨우 이 정도야? 아무리 노력해도 그다지 좋아지지 않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지. 아예 대면하고 싶지 않고 무조건 피하고만 싶은 이는 아무리 감언이설을 해도 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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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 이걸 얼마나 해낼지 모르겠지만, 내일은 반드시 마감하고 저 와인을 따거나 여행을 떠나야지 않겠어? 일 안 하고 노니까 무섭지? 빨리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