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에 한 달간 같이 연수 들은 후배들이 한번 보자고 연락했다. 나는 단 한 번도 안부 한 번 묻지 않고 1년을 보냈는데 후배들이 나를 챙기는 것이 좀 미안하기도 하고, 무안하기도 하다.
그중 한 후배는 낯간지러워서 잘 못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진짜 보고 싶다고......
공통점이 한 가지라도 있는 부류의 사람에게 나는 꽤 사람 같이 보이는 모양이다. 조금만 달라도 어깨에 힘주고 내려다보기를 습관처럼 하는 사람을 피하려고 늘 내가 먼저 굴레는 치는 바보짓을 했구나 싶다.
그 후배가 만든 맛있는 마카롱을 받은 감사의 인사를 솔직하게 했을 뿐인데. 1년이 지났는데 나를 잊지 않고 그리워한다니 고맙다. 그런데 움직이는 게 성가셔서 꼼짝 않고 있다. 차라리 둘이 만나서 통영으로 오라고 청했다.
블로그에 오는 학생이나, 후배나 동료가 내 지난 일기를 본다면 얼마나 껄끄러울까 싶은 생각에 카테고리를 잠갔다. 내 기준에서 쓰는 말은 객관적이지 못한 표현이 많다. 그냥 내 생각, 내 일상을 내 감정대로 옮기는 일기니까.
감정을 어딘가에 쏟아내지 않으면 차 있다가 뜬금없는 순간에 실수하게 하는 밉상 애물단지가 되기도 해서 아무렇게나 거름망 없이 쏟아놓는 말이 나에게만 유용하다. 갈망이 쌓이지 않게 그냥 푸는 건데 오해하기에 십상이다.
오래 사는 낡은 집에 많은 짐을 옮기지 않고 수리할 수가 없어서 이사해야 할 지경이 되었다. 그처럼 블로그에도 오래 쌓인 낡은 짐 같은 흔적이 때로는 거추장스러울 때도 있다. 구석구석 청소하지 않았는데 불쑥 누군가 들어와서 본다는 게 어떤 날은 신경 쓰인다.
첫 번째 생각은 너무 감정적이고 날것이어서 징그럽고, 두 번째 생각은 과히 반듯하진 못하지만 인간적이다.
*
《결핍에 대해서는 그런 법이다. 뭔가가 부족하면 우리는 끊임없이 그것을 갈망하면서 속으로 '만일 그걸 가질 수만 있다면 내 모든 문제가 풀리게 될 거야'라는 말을 하지만 일단 그것을 얻고 나면, 갈망하는 물건이 속에 들어오고 나면, 그것은 매력을 잃기 시작한다. 다른 욕망들이 고개를 들고, 다른 부족한 것들이 느껴지고, 우리는 어느 새엔가 조금씩 조금씩 원위치로 되돌아가게 된다.》
갈망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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