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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생각해보니.....

by 자 작 나 무 2021. 1. 30.

먹는 것 좋아하는 딸과 함께 하는 생활을 접고 보니, 가끔 어쩌다 한 번씩 만나서 다시 식자재로 냉장고를 채우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번거로울 때가 있다. 한두 끼 먹고 나면 다시 각자의 생활 터전으로 옮겨가야 하니까 적게 사도 재료는 남고, 장을 보는 시간, 요리하는 시간, 설거지하는 시간까지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을 먹을 때 생기는 묘한 안정감과 알 수 없는 그 에너지를 채울 수 없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우리는 배달음식을 주로 먹게 되었다. 코로나 19시대에 손님을 맞기 힘든 동네 식당이 대부분 배달 시장에 뛰어들어서 선택의 폭도 다양해졌다.

 

김치는 담가 먹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고 갓 난 딸을 업고 김장을 하던 내가 김치를 담가 먹지 않고 사 먹게 된 지가 꽤 오래되었다. 이젠 갖가지 김치를 담글 줄 알았던 것이 신기할 정도다. 담백한 백김치와 아삭한 총각김치, 깔끔하고 꽤 맛이 괜찮았던 배추김치를 잘 담갔던 것은 까마득한 추억이 되어버렸다.

 

언젠가 다시 만들기 시작하면 실수 몇 번 하다가 그 맛을 재현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점차 살림하고는 멀어진다. 서랍 속까지 반듯하게 정리하던 결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젠 불편하지 않으면 어지간한 것은 견딘다.

 

하루에 몇 번씩 쓸고 닦던 집에서 살아서 아침저녁으로 반드시 방 청소를 걸레질까지 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사는 데 별 지장 없다.

 

덜 중요한 일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쏟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기로 했다. 늦잠 한 번 실컷 못 자고 빡빡하게 살던 10대, 20대에 그렇게 깡마른 몸에 잔병을 달고 살았던 것을 떠올리면 지금처럼 게으른 삶이 더 나쁘다고 꼬집어 말할 수만은 없다. 그렇게 다시 산다면 얼마나 더 잘 살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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