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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과민 혹은 예민함

by 자 작 나 무 2021. 2. 5.

업무 때문에 잠시 내 옆에 와서 수정할 목록을 알려주고 간 어떤 분의 체취가 너무 고약해서 그 냄새를 기억하는 머리가 한동안 고통스러웠다. 견디기 힘든 악취다. 술, 담배에 찌든 냄새일까? 아니면 다른 냄새일까?

오래 함께 지낸 딸이 며칠 씻지 않거나 머리를 감지 않아서 나는 체취도 싫어서 안으면서 머리를 뒤로 넘기거나 고개를 돌린다.

 

오감이 발달한 덕분에 괴롭다. 민감하다는 표현보다는 발달했다고 좋게 생각해야지.

 

과한 화장품 냄새, 향수 냄새도 싫다. 화학적인 냄새와 맛도 좋아하지 않는다. 맛은 먹거나 마시지 않음으로 피할 수 있지만, 냄새는 그 장소나 상대와 멀어지지 않으면 금세 피할 수 없으니 더 곤혹스럽다. 식생활 문화가 다른 외국인에게서 나는 이상한 체취처럼 오늘 느낀 그 냄새는 내게는 악취일 수밖에 없다.

 

냄새에 대한 민감도나 선호도가 상대적이라면 나도 누군가에게 피하고 싶은 상대일 수 있다. 적어도 독한 화장품이나 향수를 쓰지는 않으니 딱히 좋은 냄새나 나쁜 냄새는 나지 않을 것이니 다행이다.

 

어떤 면으로든 피하고 싶은 지독한 부류에는 속하지 않게 노력해야겠다. 나를 피하고 싶어 하는 부류는 대체로 남에게 드러내지 않았지만 숨기고 싶은 뭔가를 품고 있는 사람일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내 눈이 너무 무서워서 불편하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속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서 불편하단다.

 

정작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여도 상대가 그런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엔 내가 너무 바른생활만 할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조차도 그들의 편견이나 선입견일 텐데 덕분에 그런 부류가 특히 나를 싫어한다. 들키지 않을 자신 있는 사기꾼 기질이 강한 사람은 예외다. 

 

나라는 것을 속에 품기 전에는 간혹 그런 적이 있다. 누군가를 보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10대엔 너무 맑아서 그게 가능했을 것이다. 지금은 '나'라는 존재를 수없이 창조하여 남이 들어올 자리도 들여다볼 여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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