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민거리 하나가 방금 해결됐다.
미리 고민하지 않았더라면 때 되면 그냥 넘어갈 문제였는데 미리 걱정한 바람에 내 머리도 좀 아팠고, 주변 사람에게도 조금은 영향을 미쳤다. 다음 주에 설 연휴 지나면 딸내미 방을 어찌 할지 결정해줘야 할 것이니 미리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였다.
어쩌다 한 번 내가 가서 같이 누울 수도 없는 좁은 원룸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이제 기숙사로 들어가게 되었으니 졸업할 때까지 거기서 지냈으면 좋겠다. 홀가분하고 속이 시원하다.
이참에 지금 사는 월셋집 정리하고 진주로 이사 오라는 분들의 권유에
"돈 없이 막살기는 통영이 훨씬 나아요."라고 대답했다. 통영보다 집값이 싸니까 미리 개발될 것 같은 빌라 사서 재테크하라고 그렇게 당부하시더니만...... 대출받아서 집 사는 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소 귀에 경 읽기나 마찬가지로 흘러갔다.
딸의 거취는 기숙사 입소로 해결됐으니 이제 남은 고민은 올해 일자리와 내 건강 문제. 해마다 일자리 찾을 철마다 아프지 않은 때가 없었다. 걱정이 많아서 그랬겠지. 될 대로 되라고 놔뒀다가 6개월 놀아보니 산촌에 가서 일도 하고 덕분에 한철 잘 살았다.
*
매일 서너 가지씩 잡다한 일상 이야기를 쓰던 게시판에 글 쓰는 것을 끊은 지 3주 넘게 지났다. 더러 내 안부가 궁금한지 왜 글 안 쓰느냐는 문의가 쪽지로 오기도 하고, 어디 아프냐고 묻는 카톡도 오는 것으로 보아 내가 게시판에서 차지한 일종의 지분(?) 같은 게 있었던 모양이다.
몸이 슬슬 아프기 시작하니 에너지를 아껴야 해서 쓸데없는 일에 감정을 쓰는 것이 싫다. 말을 섞지 않으려면 게시글을 쓰지 않는 게 최선이다. 덕분에 아주 조용히 지낸다. 마음이 좀 넓어지면 뭐든 또 쓰게 되겠지만, 지금은 내가 살아야 하니까 문해력이 마이너스인 것 같은 수준 낮은 누군가가 마구 갈기는 댓글을 받아서 읽는 것도 답을 해야 하는 것도 싫다. 이 정도 생각이 든 것 보면 확실히 내가 아프긴 아픈 모양이다.
죽지 않을 만큼 아프면서 일상이 무너지는 듯한 이런 지겨운 증상은 혼자 살면서 걱정이 많아지고 영양이 부족한 상태에서 탄수화물만 쓸어 넣는 때에 반복적으로 생긴다. 한 학기 버티면 몸도 거덜 나고, 정신적으로도 황폐해진다. 방학은 거의 좀비처럼 뇌를 꺼놓고 살아야 회복된다.
이제 다음 주에 이틀만 출근하면 봄방학이고, 계약 기간도 끝나니 홀가분하다. 아니, 시원섭섭하다? 음..... 백수 되는 거 이번엔 좀 두렵다.
*
그렇게 기침이 나더니 밥 먹고 나니 거짓말처럼 괜찮다. 영양실조도 아니고 살은 포동포동 찌면서 한 끼 굶으면 몸에서 이토록 격렬하게 자신을 불편하게 하다니......
혼자 있어도 밥은 먹어야 하고, 대충 뭔가 먹고 때우고 나니 기침이 나서 불편하다. 고기 볶은 거랑 밥 먹고 나니까 기침이 뚝. 잘 먹지 못해서 생기는 증상인가? 영양제라도 잘 챙겨 먹어야겠다.
밥 먹고 나니 기분 좋아져서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아프지 않으니 좋은 거다.
'흐르는 섬 <2020~2024> > <20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2월 9일 (0) | 2021.02.10 |
---|---|
2월 7일 (0) | 2021.02.07 |
과민 혹은 예민함 (0) | 2021.02.05 |
2월 5일 (0) | 2021.02.05 |
생각해보니..... (0) | 2021.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