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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2월 7일

by 자 작 나 무 2021. 2. 7.

서둘렀다면 잊고 떠났을 손목시계를 발견했다. 항상 지니고 나가는 것을 잊고도 전혀 이상한 것을 느끼지 못했다. 내 몸 상태가 조금 나빠지는 시간대가 있다. 끼니 먹은 것의 에너지가 다 떨어졌을 때가 되면 몸에 균형이 깨지기 시작하는지 슬슬 아픈 기색을 드러낸다. 불편하게 기침을 하게 되고 그 상태로는 밖에 나가서 아무런 활동도 할 수 없는 거다. 그게 문제다.

 

어느 시점이 되면, 어떤 조건이 맞춰지면, 시간이 지나면...... 이런 조건의 조합이 맞으면 기침은 가라앉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거기까지 몇 번 버스 갈아타고 가기가 망설여져서 늦어도 좀 태워주십사 하고 강 선생님께 부탁해놓고 기다리고 있다. 일요일에도 바쁘신 분이고, 쉬셔야 할 텐데 나까지 피곤함을 보태드리는 게 죄송해서 이번엔 혼자 버스 타고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곤 한두 시간 지나서는 도움을 청했다.

 

자신 없는데 위험을 감수하기 싫다. 오늘은 어쩐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은 날이다. 한 가닥씩 일은 풀리겠지만 내가 조심하지 않아서 생긴 변수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

허구인 드라마에 빠져서 감정과 시간을 헛되이 쓰는 순간처럼 우리 삶도 비슷한 구조의 연속이다. 진지하게 흐름에 빠져서 역할에 충실한 자아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휩쓸려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삶이라고 생각하는 이 구조가 일종의 매트릭스와 비슷하다는 것을 20대 후반에 알게 되었다. 꿈 같은 삶, 삶 같은 꿈이 단순히 철학적 문학적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쓸 말이나 할 말이 많았는데 그게 그다지 의미 없는 것이어서 나는 내 삶에 충실하기로 했다.

 

*

노력해봐도 내 취향이 아닌 트로트가 열풍을 타고 유행인 시대에도 마냥 그 곡이 좋아지진 않더라. 내가 가리는 것은 꽤 분명하다. 냄새든 소리든 맛이든 사람을 보는 눈까지 취향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갑자기 변하는 게 아니다. 노력하면 조금 좋아질 수는 있겠지만, 미칠 듯이 좋아지진 않는다.

 

자꾸 생각나는 사람도 마찬가지.......

뭐라고 꼬집어서 이것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단지 당신이어서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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