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얼마나 아프면 죽을까?
여태 느껴본 통증 중에 가장 극악했던 것은 12시간 치른 산고였고,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해서 호흡 곤란에 빠진 바람에 위험해져서 그 끔찍한 고통을 겪고도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했다. 한 번에 두 가지 경험을 다 한 셈이다.
그때 느낀 통증의 강도가 극심해서 아이를 낳기 위해 견뎌야 하는 고통이 아니라면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곧장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였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이라 생각했다. 의지를 갖고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니 자폭 장치가 가동된 것처럼 숨이 끊어지는 것 같았다.
그나마 그 고통은 견뎌야만 하고 견딜 수밖에 없는 것이었지만, 반복되는 이런 통증을 번번이 견디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정신적인 고통이거나 육체적인 고통이거나 의미 없이 반복되는 고통이 주어지면 견디고 싶은 생각이나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숨을 쉬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계획했던 여행은 혼자 떠날 엄두가 나지 않아서 생각 속에 묻었다. 얼마나 더 망가질 수 있는지 이대로 버텨볼 참이다.
더 나를 괴롭혀서는 안 될 이유를 발견할 만큼 아프면 물러서겠지.
살아야 하는 건 산다는 건 어차피 본능의 영역이니까.
이렇게 해야 하고, 저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어디에 있었나? 다 만들어 낸 것이지. 그 규칙 따위를 내가 따르지 않는다고 무슨 일이 날 것도 아니고. 난 내 멋대로, 내 맘대로 살 거다. 그렇지 않고는 이 삶을 견딜 수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