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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2월 14일

by 자 작 나 무 2021. 2. 14.

어제는 봄날이라고 할 만큼 저녁에도 춥지 않았다. 멀리서 오신 손님과 한산 리조트 방향 바닷가 산책길을 함께 걸었다. 간혹 카페 친구가 다녀가긴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아예 게시판에 관광지 랜드마크 구경하듯 나를 불러내는 것이 달갑지 않다는 글을 써놨다.

 

그 글을 읽은 사람은 조심스러워서 연락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래도 이메일이라도 보내는 사람은 만나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나갔다 왔다.

 

나처럼 여행을 좋아하고 사진도 많이 찍고 그것에 음악을 담아서 동영상 엮는 재미도 아는 분이어서 그 이야기하느라 재밌었다. 혼자 걷던 길을 누군가와 함께 걸으며 이야기하고 그 한 번의 만남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끝난 적이 꽤 있었다. 그래서 누가 다녀갔는지 해가 지나면, 혹은 몇 달 지나면 기억나지도 않는다.

 

스쳐 지나가도 그 순간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스치기라도 해야 할 사람은 가려서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사람을 만나서 어떤 사람인지 알아볼 기회도 없이 다들 멀리 사니까 그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인지 아주 무덤덤하게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들어왔다. 이런 것이 나이 먹어서 얻은 기술인가?

 

단 한 번의 만남으로도 잊히지 않는 사람도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사춘기 소녀처럼 그리워지는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아마 평생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며  살지도 모르겠다. 아주 메말라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 것 같은 나이에도 애타게 그리운 사람도 있고 나쁘지 않다. 

 

*

짧게 자른 앞머리가 어색해서 볼 때마다 딸이 잔소리를 한다. 이 어색한 시기를 얼마나 견뎌야 다시 앞머리가 길어질까....... 정말 앞으론 다신 앞머리를 짧게 자르지 말아야겠다. 아주 성가시고 거슬린다.

 

역대급으로 살이 쪄서 집에만 있다가 어제 오랜만에 밖에 나가면서 옷을 걸쳐보니 너무나 어색하고 또 어색했다. 이 정도로 살찐 걸 모르고 가만히 있었구나...... 살 빼야겠다. 너무 이상해. 내가 아닌 것 같아. 거울 보기가 싫다.

 

*

엊그제 갑자기 무척 감정적인 글을 쓰고, 감정적인 생각에 빠져서 허우적거린 다음 날, 바로 그날이었다. 아직도 생리전 증후군에 시달린다. 그나마 이번엔 게시판에 글 쓰는 것도 한 달 이상 끊어서 댓글이나 게시글도 쓰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실수는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냥 블로그에 마구 휘갈겨서 낙서나 하고 말아야겠다.

 

*

사람들과 교류를 끊고 칩거하기 시작해서 아픈 것인지, 아파서 관계를 끊은 것인지 요즘은 헷갈린다. 어제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놀 때는 거짓말처럼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때로는 기분도 우중충하고 더러 지겹게 아프기도 하지만, 나는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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