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어리바리한 상태로 공식적인 첫 출근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누군가 꽃바구니를 들고 들어온다. 그런데 받을 사람이 나란다.
"어~어~어~......"
정말 생각지도 못한 꽃 선물에 놀랐다가 왈칵 눈물이 났다.
겨우 몇 달 함께 있었는데, 나를 이렇게나 챙겨주시다니......
산청에서 같은 연구실에서 한 철 같이 보낸 왕언니께서 꽃바구니를 보내셨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려는 걸 꾹 참았다. 눈물을 삼키고 쏟아지는 일거리를 받아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온다.
이번엔 내 앞으로 떡이 왔다는 소식이다.
내가 거기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쑥 모시송편을 한 상자 보내셨다. 떡 상자를 풀어서 다들 하나씩 잡수시라고 메신저로 쪽지 보내고 전화를 걸었다.
어떤 말로 감사를 전해야 할지 몰라서 전화 걸기도 무서웠다. 나중에 통화하면서 뭘 이런 걸 보내셨냐고 했더니
"꽃 받아본지가 언제야?"
"아..... 까마득하게 옛날 옛적에요......"
"내가 그럴 줄 알고 감동받아서 좀 울라고 보냈어......"
그 말씀이 어찌나 고마운지 결국 눈 화장이 번지도록 울었다.
나를 아끼시는 진심이 느껴졌다.
"이제, 시작이야. 기분 좋게 밝게 시작해~"
한 이틀 세상이 금세 멸망이라도 할 것처럼 궂은 비바람이 치더니 오늘은 미세먼지도 하나 없이 세상이 말끔해 보였다. 어제는 무거운 오늘이 올 것이 두려워서 숨을 몰아쉬던 내가 콧노래를 부르며 해저터널을 지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리 위로 건너려니 오늘도 꽤 바람이 불었다.
빈집 앞엔 택배 상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주에 처음 만나게 될 소녀들에게 날 맞춰 주려고 산 달달한 사탕 한 상자, 살쪄서 들어가는 옷이 없어서 헐렁한 원피스 한 벌, 봄비 내릴 때 쓸 기분 좋은 민트색 우양산 하나.
창을 열고 텁텁한 공기를 몰아내며 그대로 눈이 붙을 것 같은 몸에 이불을 둘둘 말고 눈을 꿈벅거리며 꿈같은 하루를 접는다. 이미 이만큼으로도 충분히 지쳤는데 일거리를 잔뜩 가방에 들고 온 것이 얼마나 무모했는지...... 씻지도 못하고 잠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