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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3월 1일

by 자 작 나 무 2021. 3. 1.

거의 말할 일도 없이 사는데 목 안이 누군가 쇠수세미로 긁어놓은 것처럼 따갑다.

숨쉬기도 힘들고, 가슴이 답답하고, 두렵다.

지금 상황이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숨이 막힌다.

아무 일도 없는데......

왜 이렇게 불안할까......

오후 내내 거센 비바람 소리에 금세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어둠과 두려움이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도망칠 곳도, 도망칠 수도 없는 현실의 팽팽한 긴장감이 싫다.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 누군가에게 억지로 떠밀려서 비바람 거센 바깥으로 내몰리는 기분, 뛰어넘어야 할 허들 앞에서 얼어붙은 것 같은. 언젠가 과호흡으로 쓰러졌던 때도 꼭 이랬다. 오늘은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길지...... 나는 어떻게? 뭘? 할 수 있을까?

 

낯설고 어색한 사람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두려운 것인지, 감당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부담스러워서 두려운 것인지. 

 

지난 1월 말에 쓴 일기를 읽어보니 그때도 과중한 일에 대한 두려움에 싸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힘들어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잘 해냈는데, 이번엔 시작부터 두려움에 휩싸여 한 발짝도 떼지 못했다. 그냥 뻔뻔해지면 안 되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 할 수 있는 듯 그냥 묵묵하게 닥치는 대로 해내면 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무섭지?

 

 

*

종일 태풍 불 때처럼 비바람이 거세게 분다. 이대로 우울감과 두려움에 목이 잠겨서 질식할 수는 없으니 방법을 찾아야 했다. 뜨거운 물을 받아서 씻고 나왔더니 한결 기분이 낫다. 딸내미와 똑같은 바디로션을 샀는데 꽤 큰 통이 보이지 않는다.

 

혹시 짐 싸가면서 두 개 다 가져갔는지 물어보고 이 어지러운 집안에 가득한 짐을 치워야겠다. 혼자 살기에 적합한 형태로 가구도 재배치하고 오래된 책도 몽땅 버리고, 옷방에서 몇 해 동안 꺼내 입지 않은 곳도 처분해야 한다. 오늘은 작년에 들고 오가다가 개수만 일없이 늘어난 화장품부터 한 곳에 모아서 정리해야겠다.

 

나머지는 내일부터 찬찬히 하나씩 해결하기로 하고. 내일 아침에 싸들고 갈 자잘한 짐도 잊지 말고 꾸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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