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종일 아슬아슬한 순간이 꽤 많았는데 잘 버티고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는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지금은 숨도 쉬고 싶지 않다.
며칠 전에 머리카락이 왕창 빠지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너무 속상해서 머리카락이 뭉텅뭉텅 빠져서 가발을 써야 할 지경이 되었다. 깨고 나선 무슨 걱정거리가 생길 꿈인가 했다.
어제 겨우 추슬러 놓은 마음이 오늘 지진 나서 벽에 금 가듯 갈라지고 흔들려서 어떻게 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견디면서 살자고 먹었던 마음이 이렇듯 견디기 힘들어진 것은 어찌 보면 내가 내 마음에 낸 생채기이고, 모든 원인은 돌아보면 내가 만든 것이다.
내가 부족해서 생긴 근심이면 껴안아야 하는데 왜 이렇게 괴롭고 불편한지...... 투명 인간이 되거나 가루가 되어서 사라지고 싶은 기분이다.
어디 먼 나라로 도망치고 싶다. 이 좁은 지역 사회는 내가 살 곳이 못 되는 곳 같다.
해저터널을 걸어서 건너오면서는 누군가가 나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과 함께 한 번 안아주면 그 품에서 서럽고 힘든 마음이 녹아서 울음으로 터질 것 같았다. 그렇게 한바탕 울고 나면 나을 것도 같았다.
걸음이 더해지면서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고, 딸기와 블루베리, 가지를 사 들고 온 장바구니를 거실에 던져놓고 내 방에 숨었다. 내가 나를 알고 내가 나를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고통이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어서 집에 오는 길에 딸에게 전화했다. 그나마 딸이 꽤 내 이야기 듣고 말을 받아줘서 잠시 괜찮았는데 그 위로의 힘은 오래 가지 않고 나는 금세 무너져서 아스팔트 위로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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