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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4월 11일

by 자 작 나 무 2021. 4. 11.

지나다니는 통로 외엔 거의 물건으로 그득하다. 이제 치우지 않으면 안 되겠다. 더 많은 물건으로 어지럽혀지면 손도 대지 못할 것 같다. 이미 그런 지경에 이르러서 가만히 뒀는지도 모른다. 

 

두 시간 정도 조용히 구석구석 들어찬 물건을 정리하고, 혹시 몸이 부대끼거나 스트레스가 덜어지면 11시까지는 집 정리하는 우렁각시가 되어볼까 한다.

 

카키 님 블로그에 오랜만에 갔더니 최근에 '카키의 사전'이란 코너를 새로 만들어서 그림 그리고 단어를 카키 님만의 정의로 정리하고 있다. 집안일에 대해 자기 고백 혹은 자아 비판적인 댓글을 쓰고 보니 정말 우렁각시가 되지 않으면 이대로 쓰레기에 파묻혀서 평생 이렇게 살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

어제 카페 친구가 댓글에 링크로 붙여준 작가 김영하 북 콘서트 유튜브 방송을 핸드폰으로 켜놓고 집안에서 자리를 옮겨가며 손 가는 대로 대충 치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하게 집은 더 어질러졌다. 따지고 생각하는 머릿속 채널을 끄고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하게 손만 움직이기 위해 귀는 방송을 향하고 멍하니 생수병 라벨을 뜯었다.

 

그 방송에서 고민에 관한 이야기 중에 남에게 말할 수 있는 고민은 심각한 고민이 아니라는 말에 잠시 멈칫했다. 나에겐 그런 고민이 있는지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게 없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거나 나는 내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다. 지금 내 고민은 그에게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초등생 시절에 같은 반을 여러 번 하는 동안 오래 지켜본 남학생을 계속 좋아했던 것처럼 내 감정은 단순하다. 말을 잘못 꺼내서 그 아이가 나를 싫어하거나 경멸하는 눈빛이라도 보내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 주위에 맴돌지도 못하고 멀리서만 바라만보았던 그 옛날의 나처럼 이 방면엔 큰 발전이 없다.

 

혼자 짝사랑하는 대상이라도 있는 게 아무도 떠올릴 대상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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