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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하늘빛이 고와서.....

by 자 작 나 무 2021. 4. 14.

오늘 아침엔 평소보다 훨씬 일찍 출근해야 해서 버스도 잘 다니지 않는 길에서 걸어서 나서지도 못하고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클락션을 울려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다가가 보니 진한 선팅 한 창 너머에 있는 분이 아는 분이다.

 

어찌 길에 서 있던 나를 발견하고 태워주셔서 오늘의 귀인으로 등극하셨다. 작은 친절에도 절로 허리도 마음도 굽히는 내게 고마우면 오백 원을 달라고 하신다. 오백 원이 없으니 뽀뽀라도 한 번 해드릴까 하고 농담을 던지려다가 분위기 파악하고 입 다물었다. 썰렁한 농담에 눈 흘김 따귀를 맞고도 남음이 있겠다. 잘 참았지. ㅎㅎ

 

미륵산에 새로 난 잎이 겨우내 버틴 짙은 초록과 함께 보드라운 융단처럼 산 등성이를 덮었다.

 

늘 걷던 길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보면 달리 보인다. 어느 순간 꽉 막힌 것 같은 인생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보면 어디서 왜 막혔는지 언제쯤 뚫릴지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볕 좋은 자리에서 하늘과 산과 바다를 번갈아 바라본다. 내 곁에 없는 그대와 저 자리에 함께 있는 상상을 해 본다.

 

섬으로 나드는 여객선을 타고 떠나는 이의 옷자락에 스치는 바람이 되어본다. 그대 곁에 따스한 빛으로 잠시 머물고 싶다. 봄볕에 충전한 생기 모아서 봄바람에 실어 보내주고 싶다. 좁은 품이라도 넓혀서 품어주고 싶다.

 

제멋대로 자란 감정이 변함없이 서성이는 길목에서 기웃거리다가 돌아선다. 봄이로구나...... 짝사랑도 물이 오르는 봄이로구나.

 

깊은 마음까지 섞을 순 없어도 잠시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바쁜 일과 중에 잠시 틈을 내어 꿈결 같은 시간을 걷는다.

 

이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 허튼 바람이었는지 묻고 또 묻는다.

 

 

 

 

지금은 만날 수 없지만, 붙들 수 없는 바람이지만 언젠가 먼 훗날 우리가 함께할 시간을 그려본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거나 언젠가 만나게 되겠지.

 

 

 

오랜만에 동네 마트에 들러서 시장을 봤다. 나를 위해 요리하는 것도 오늘은 즐거웠다. 내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무언가에 홀린 듯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음식을 하면서 묘한 에너지의 흐름을 탄다. 내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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