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의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니 마음을 크게 쓰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면 그대로 쪼그라든다. 혼자 덩그러니 어질러놓은 집에서 아무것도 쳐다보지 않고 멍하니 있기 일쑤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 소속감, 인정, 유대감. 그런 것이 완전히 사라진 간결함 그 자체인 삶을 지향하는 사람도 있던데......
무선 무악함, 숨 쉬지 않으면 이대로 이 차원에서 희미해지다가 사라질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초저녁에 씻지도 않고 이불 안에서 굳어버렸다. 잠들었다가 깨서 조금 개운하니 일 해야겠다 싶은데 일거리를 들고 왔어도 손이 가지 않는다. 내일 완성해서 누군가에게 보여야 할 것인데 왜 이렇게 뻔뻔한지 아무 감정도 무게도 느끼지 못한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내 앞에 놓인 고독과 쓸쓸함을 어쩌지 못해서 흔들린다. 외로움 앞에 다른 모든 길이 가로막히는 기분이다.
늘 혼자 있으니 갈등이 생길 일도 없고, 외부에서 생기는 문제도 없는데 이런 무중력 상태에서는 방향성 있는 에너지가 생기지 않는다. 눈 뜨고 물 속에서 멈춰있는 세상을 보는 기분이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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