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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4월 16일

by 자 작 나 무 2021. 4. 16.

내 딸이 15살 되든 해 4월 16일은 딸의 음력 생일이었다. 그때까지 생일을 음력 날짜에 맞춰서 지냈다. 2014년 생일날 아침에 딸은 중학교 수학여행을 떠났다. 나도 마침 담임을 맡아서 1학년 학생을 인솔해서 수련회에 갔다. 낮에 세월호 사고 뉴스가 처음 뜬 시각에 우리 반 아이들이 강에서 배를 타고 열심히 노를 젓고 있었다.

 

일제히 뉴스가 뜨고 학부모의 전화를 받고 급히 학생들을 물에서 나오게 했다. 전원 구조라는 뉴스에 안도의 숨을 돌리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그 날의 혼란스러움에 과호흡으로 숨을 쉴 수가 없었고,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마침 그 날 딸이 함께 있던 수학여행단이 탔던 버스가 가벼운 교통사고가 났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저녁에 딸과 통화하며 그 아이들 불쌍해서 어쩌냐고 엉엉 울었다. 기도라도 하면 상황이 좀 나아질까 하여 애타게 기도했던 그 날 4월 16일은 내 딸의 생일이자 많은 아이의 제삿날이 되었다.

 

이후로는 딸이 음력이 아닌 양력으로 생일을 지내겠다고 말했다. 딱히 생일이라고 예전처럼 챙기는 일도 없어졌다. 어쩐지 미안한 날이라고 생각하는지...... 해마다 음력 생일은 날짜가 달라지는데......

 

예전처럼 음력 날짜 챙겨서 미리 달력에 표시하거나 하는 일도 끊어서 올해는 생일도 다가오는 것도 잊었는데 4월 16일이 되니까 그 생각부터 난다.

 

나는 그냥 넘어가기 일쑤인데 이재운 선생님께서 잊지 않고 특별한 날마다 내 딸을 챙겨주셔서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해마다 잊지 않고, 하지도 않은 세뱃돈부터 생일이며 챙길만한 때마다 딸 용돈을 챙겨주신다.

 

오늘은 잊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날이다. 내가 잊지 말아야 하는데 잊은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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