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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이 꿈에서 벗어나고 싶어

by 자 작 나 무 2021. 5. 3.

우리의 삶을 만들어 가는 것들은 아주 희미하고, 예측할 수 없다. 때문에 우리는 가까스로 탄생한다. 우리가 사랑하기로 되어 있는 사람은 좀처럼 만나지지 않고, 숲에서 길을 찾는 것은 어렵고, 하루하루의 대혼란에서 살아남는 것도 힘들다.  <멀고도 가까운 中>- 리베카 솔닛

 

 

 

어제 밤늦게까지 잠을 못 잔 탓인지 오후에 급격하게 피곤해졌다. 퇴근 무렵에 커피 한 잔 더 내려서 마시고 왔는데도 집에 오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이상하게 수돗물도 나오지 않아서 한참이나 기다리다가 1층에 내려가서 집주인에게 물어보니 이상이 없다는 거다.

 

다시 집에 올라오니까 아래층에서 옥상에 무슨 공사를 한다고 하더니 우리 집에 물이 들어가는 밸브를 잠갔었다며 누가 와서 물 나오느냐고 묻는다. 그러잖아도 화장실에서 물도 쓸 수 없는 지경이 되니 걱정되어서 어찌 씻고 자야 할지 고민하던 참이었다.

 

저녁을 한 번 더 걸러볼까 했는데 물이 나오지 않아서 수선을 떨고 걱정하는 바람에 기운 달려서 저녁을 거하게 먹었다. 그리고 피곤한 상태로 멍하니 뭔가를 하고 있다가 어젯밤에 주문한 전동 드라이버가 품절이라며 주문 취소하라는 문자를 본 것이 기억나서 어느 사이트에서 샀는지 찾다 보니 부재중 전화가 한 통 있다.

 

딸내미 전화다. 전화기 소리를 꺼놓고 사니까 전화 오는 줄도 몰랐다. 냉큼 전화했는데 어쩌다 보니 어버이날 오느니 마느니 하는 말을 주고받다가 빈말이라도 다녀가겠다는 말이 없는 딸에게 서운한 마음이 커져서 갑자기 전화를 끊었다.

 

 

그냥 어쩐지 눈물이 핑 돌아서 아무 말이나 막 하게 될 것 같아서 울먹이려던 참에 알았다고 삐진 목소리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몸이 너무 피곤해서 갑자기 몸살 기운이 뻗치고 어깨가 무겁고 덤으로 눈물도 나려는 걸 보니 정말 피곤한 모양이다.

 

오늘 저렇게 날이 맑고 화창해서 

점심 먹고 잠시 걸으면서 기분 좋았는데......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떠오르고,

말문이 막히고,

이렇게 반복되는 외로움과 우울감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내 현실은

잠시 시간이 멈춘다.

 

모든 것이 아득해진다.

이대로 끝없는 깊은 바다로 들어가서

영영 나오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다. 

잠들었다가 깨면

이 꿈은 끝나겠지.

장면이 바뀌겠지.

 

아무도 없는 사막에서 혼자 헤매는 꿈

눈물조차 그대로 말라버리는.......

 

낡고 정든 신도 벗어놓고

서글픈 꿈도 벗어놓고

어디로든 떠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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