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찬실이는 복도 많지'라는 영화가 떠서 오늘, 날 받아서 본다.
영화 PD였던 주인공 찬실이는 나이 마흔에 같이 영화 찍던 감독이 급사해서 갑자기 일이 끊어지고 현실적 타격을 입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된 남자에게 한 번만 안아달라고 한다.
찬실 : 시집은 못 가도 천 년 만 년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영화만 찍고 살 줄 알았거든요. 근데 우리 집에서 오늘 자고 갈 거예요?
남자 : 그럼요. 아무것도 안 하고 옆에 누워만 있으려고요.
찬실 : 진짜요? 그러면 저 한 번만 꼭 안아줄 수 있어요? 근데 이름이 뭐라 그랬죠?
남자 : 영이요. 김 영
찬실 : 영이 씨, 나 10년 만에 남자 처음 안아 봐요. 더 세게 안아 주세요.
찬실이의 이 대사에 그 서글픈 상황이 이상하게 너무 웃겨서 깔깔 소리 내어 웃다가 사레까지 들었다. 일만 하고 살다가 연애할 시간이 없어서 그랬다는데 그렇게 살아야 하는 청춘이 왜 그렇게 안타까운지. 마음의 위안이 필요한 상황에서 같은 영화 일을 하던 남자와 포옹하는 장면이어서 더 연민을 느끼게 했던 찬실이의 순수하고 솔직 담백함에 끌렸다.
남의 일이라고 웃을 일이 아닌데 갑자기 거기서 웃음이 터졌다. 그래도 영화 속 찬실이는 이제 겨우 마흔밖에 안 됐는데...... 내 나이를 생각하니 참 어이없다. 나도 모르게 찬실이가 되어 영화 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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