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흐르는 섬 <2020~2024>/<2021>

야~ 신난다~! 오십 권 빌려준대

by 자 작 나 무 2021. 6. 1.

퇴근 시간 맞춰서 통영도서관에서 문자가 온다. 곧 도서관 공사를 시작하고 가을까지 문을 열지 않을 계획이니 1인당 50권씩 책을 빌려준다는 거다.

 

갑자기 왜 그리도 신나고 기분이 좋은지. 책을 많이 읽지 못할 것이 뻔하다. 그래도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이 몇 달씩 문을 닫는다는데 한 번은 다녀와야지. 엊그제 빌려온 책 네 권 중 두 권은 반납할까 하던 참에 고민할 것도 없이 집에 가방 던져놓고 열람증 찾아서 내달렸다.

 

누가 먼저 빌려 가기라도 할까 봐 보물찾기라도 하는 것처럼 재빨리 책장을 훑었다. 계획 없이 갑자기 와서 무슨 책을 빌려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작가 이름을 검색해서 그냥 훑어가기로 했다. 서양 작가 한 명, 우리나라 작가 한 명을 얼떨결에 골랐다. 소설책을 20대에 읽다가 거의 끊었는데 일단 검색한 이름에 이어진 책마다 번호를 적어서 몇 권 집어 들었다.

 

마감 시간 전에 땀 뻘뻘 흘리며 스물대여섯 권 빌렸다. 엊그제 빌린 책과 더해서 내가 빌린 책이 서른 권이란다. 들고 갈 가방도 달랑 하나 가져와서 난감해하니까 도서관에서 새 가방 하나를 준다. 일단 주섬주섬 담아서 산타클로스 선물 보따리처럼 양어깨에 짊어지고 나왔다.

 

오늘 저녁에 대략 훑어보고 손이 가지 않을 것 같은 책 몇 권 골라서 내일 반납하고 나머지 내게 허락된 스무 권을 더 빌려서 오십 권을 채우고 싶다. 10월 초까지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그냥 품고만 있더라도 이 허영심을 채워줄 책을 내일 또 빌리러 가야겠다.

 

갑자기 엄청난 양의 엔돌핀이 나와서 퇴근길에 늘 집에 오면 쓰러져 눕던 몸으로 책 고르느라 눈 동그랗게 뜨고 도서관을 누비는 나는 지적 허영심 덩어리. 내게 결핍된 부분에 대한 갈망이 불타오르던 오늘 도서관. 질투심이라고 하기엔 조금 다른 성격의 쏠림.

 

 

'흐르는 섬 <2020~2024> > <20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에게 전하는 말  (0) 2021.06.03
6월 1일  (0) 2021.06.01
5월 31일  (0) 2021.05.31
5월 30일 동네 산책  (0) 2021.05.30
광바위 둘레길  (0) 2021.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