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녹지 않는 산꼭대기에 단단한 땅을 만져보니 하얀 그것이 진짜 얼음이었다. 한여름에도 녹지 않고 내 손에 닿았던 얼음이 있던 알프스. 고르너그라트행 열차를 타고 다시 그곳에 가고 싶다.
높디높은 산과 산 사이로 벌어진 협곡으로 날아내리고 싶다. 내게 날개가 있는지 거기서 날아보고 싶다. 너무 높아서 떨어지는 동안 어쩌면 거품처럼 분해되지 않을까 하는 허튼 상상을 해본다.
오늘 날씨가 좋았다. 거기 있을 땐 나는 행복하다고 혼잣말을 했다. 그렇게 나를 설득해야 하는 우울한 금요일이다. 혼자 점심을 먹어야 하는 금요일. 혼자 산책을 잠시 나섰다가 마음이 오그라들어서 금세 돌아섰다. 그래도 참고 거기까지 걸어가서 그때처럼 주책맞게 셀카라도 찍을걸.
다들 집에 간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나도 집에 간다. 아무도 없는 게 싫어서 일부러 멀리 시내까지 걸어갔다가 버스를 탔다.
남들처럼 비슷하게 흉내내서 살기는 하지만 내 속은 그들과 비슷하지 않은지 금요일이 그다지 즐겁지 않다.
우울해지니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점점 더 깊은 바다로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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