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흐르는 섬 <2020~2024>/<2021>

책 오십 권

by 자 작 나 무 2021. 6. 5.

다음 주에 기숙사에서 돌아올 딸이 과연 저 책에 손을 댈지 모르겠다.  엘리베이터 공사하느라고 몇 달 휴관한다는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오늘까지 1인당 책 50권 씩 빌려준다. 며칠 전부터 조금씩 50권 채워서 책을 빌려왔다. 소설은 20대 중반쯤에 일찍 끊어서 거의 읽지 않고 지냈다. 이번엔 딸내미 생각해서 소설도 몇 권 빌려왔다.

 

거의 특정 작가의 책만 몰아서 편식하듯 왕창 빌려놓고 주변 지식이 필요할 자료를 보충하고, 나머지는 손 가는 대로. 특정 작가의 책을 몰아서 읽는 편이다. 좋으면 계속 그 작가의 책을 읽고 싶어진다. 철학적 기반이 있는 사람이 쓴 글이 좋다. 

 

또래 작가 두 사람의 책을 몰아서 읽어볼 참이다. 반납 예정일까지 100일 정도 남았지만 6월, 7월에 해야 할 일도 만만찮다. 욕심내서 빌려왔지만, 욕심내서 읽을지는 알 수 없다.

 

이 책장에 표지가 눈에 띄는 소설도 사서 꽂아놨더니, 역시 반응 없음이었다. 그래서 책장에서 그 책은 치웠다. 다른 방에 던져놨다. 내 딸은 영상 세대인 데다가 어릴 때 기질 대로 자라게 내버려 뒀더니 책과는 거리가 멀다.

 

내가 어렸을 때 매달 한 권씩 혹은 두 권씩 사주시던 문고판 책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 책을 다 읽고 나면 읽을 게 없어서 허전해서 어디서 읽을 것을 구해야 좋을지 몰라서 옆방에 세 들어 살던 새댁 아줌마의 백과사전 종류까지 다 빌려서 읽었다. 너무 심심해서 그 사전에 나오는 식물 이름을 외우기도 했다.

 

그때는 책 외엔 일상에 재밌는 것이 그다지 없었고, 허락되지 않은 세계에 갇혀 살면서 내게 유일하게 열린 길은 책으로 얻는 지식과 간접 경험뿐이었다.

 

이젠 밖에 나가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게 더 좋다. 요즘은 마음대로 나다닐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심심하니 책을 다시 손에 잡게 된다. 

 

도서관에 다녀온 게 전부인데 벌써 몸이 지친다. 여행 가서는 잘 걸어 다니는데 집에서 보내는 휴일은 피곤하다.

'흐르는 섬 <2020~2024> > <20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네 산책길에 멧돼지를 만났다  (0) 2021.06.05
재발, 제발  (0) 2021.06.05
6월 5일  (0) 2021.06.05
가라앉는다  (0) 2021.06.04
바람에게 전하는 말  (0) 2021.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