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앞을 기웃거린다.
어느 날은 그의 흔적을 훑다가
슬며시 뒷걸음치듯 문지방을 넘는다.
어느 날은 절간같이 조용한 집에서
적막감을 느낀다는 그의 한숨을 읽는다.
그가 쓸쓸하면 어쩐지 기분 좋다.
나만 외롭고 쓸쓸한 것보다
한결 기분 좋다.
아직은 늦봄,
촉촉한 빗소리에 무너진다.
가질 수 없는 것을 향한 욕망이
숨을 쉴 때마다 뿜어 올라왔다가
잦아들기를 반복한다.
가까이 산다면,
말없이 찾아가 그 집 문을 두드리고 싶다.
내 얼굴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혼잣말,
품었다 꺼내 보는 상상 속의 남자
내 가슴은 텅 비었고,
그는 나를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