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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6월 14일

by 자 작 나 무 2021. 6. 14.

 

 

 

 

 

 

2만 원 대에 싸게 산 면 원피스를 제때 환불하지 않아서 그냥 입기로 했다. 등에 지퍼나 단추 없이 만든 옷이어서 품이 어마 무시하게 넓다. 날씬한 사람이 입으면 그래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내가 입으니 영락없이 임신복 같다.

 

그래도 꿋꿋하게 입고 동네 산책을 나갔다. 야근해도 모자랄 일거리는 도대체 어찌 끝낼지 모르겠다만...... 싸들고 온 일거리는 열지 않고 좀 걷다가 와서 씻고 나니 통증이 곳곳에 느껴진다. 

 

너무 많은 통증에 끊임없이 시달리다가 거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기 위해 몸에 갇힌, 혹은 몸이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는, 혹은 몸에 치우친 의식을 분리하여 관찰자가 되는 연습을 10대 초중반에 시작했다. 10대에 그 깡마른 몸에 극도로 예민한 몸과 정신이 하루도 아프지 않은 날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많은 통증을 민감하게 느꼈다.

 

조금만 덜 아프면, 그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뭐든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결국 13살에 나에게 내려진 처방은 독한 신경 안정제였다. 한 달 동안 이유도 모르고 그걸 매일 먹었다. 멍청해지는 약, 졸리는 약, 눈 앞이 희미해지는 약이었다.

 

내 몸속의 세포에게 명령하고 누워서 눈 감고 내 몸 속을 들여다 보고 적극적인 상상으로 제어하는 것을 연습했다. 어리니까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그런 실험적인 생각을 실천에 옮길 수도 있었다. 

 

지금의 나는 절실함도 적극적인 면도 없고 그저 아픈 게 싫을 뿐이다. 그 정신 에너지 실험 이야기를 이번 여름에 써야겠다. 전에 블로그에 간혹 조금씩 쓰기도 했지만 어디다 써놨는지 자료가 많아서 나도 찾을 수가 없다. 

 

오늘은 그래도 여유 있다. 바쁘고 정신 없고 피곤할 수밖에 없는 하루를 보내면서 종일 몇 번씩 여유 부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슬슬 넘어가는 나를 마주했다. 생각을 정리하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있다. 덕분에 진통제는 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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