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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프리페민

by 자 작 나 무 2021. 6. 15.

 

어제 잠을 잘못 잤는지 오른쪽으로 목이 잘 돌아가지 않고 갑자기 통증이 심해져서 잠을 잘 수가 없어서 다시 불을 켰다. 약서랍을 뒤지다가 '프리페민'이라고 씐 약 한 갑을 발견했다. 유통기한이 2016년까지인 수입 약품이다. 정가 5만 원이라고 찍힌 그 약은 몇 알 들지도 않았는데 상당히 약값이 비싸다.

 

그 당시 내 형편으로는 그리 비싼 약을 계속 사서 먹지 못했거나 사 먹을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다. 월경전 증후군 치료제. 스위스에서 만든 약인데 얼마나 먹고 괜찮아졌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 약을 사다 준 친구에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

 

그러고 보니 그 약을 먹고 몇 해는 말짱하게 잘 살았다. 내가 얼마나 심하게 시달리는지 지켜본 유일한 목격자이기도 했고, 나는 찾지도 못한 그런 약을 어디서 알고 사다 준 것인지 예민하고 날카롭고 까칠하기 짝이 없던 내게 한때 사람 같이 살 수 있게 많은 도움이 됐다.

 

준 것도 없이 뭔가 받는 게 미안해서 고맙다는 말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그때 참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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