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있는 것은 때가 되면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알면서 그냥 두었다가 결국 오늘 호되게 대가를 치렀다.
이 집으로 이사 온 지 어언 16년째. 애초에 이사 올 때도 낡았던 집이 그사이 점점 낡아져서 우리가 이사 나가지 않으면 손볼 수 없을 만큼 낡았다. 아직 이사할 수 없어서 버텨야 하니까 조용히 지낸다.
출입문 걸쇠가 오늘은 안에서 열리지 않았다. 아침 출근길에 정말 난감했다. 망치로 수동잠금 장치를 두들겨서 어떻게 문을 열고 나서긴 했는데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문을 열어보니 이젠 밖에서도 열리지 않는다.
한 30분 남짓 혼자 어떻게든 해보려고 용을 쓰다가 진이 빠져서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다. 이렇게 낡은 수동잠금 장치를 나무문 손상 없이 해체하고 손봐주겠다는 가게와 연결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꽤 높은 가격으로 흥정한 것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가게에선 아예 할 수 없다고 했으니까.
퇴근한지 두 시간만에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꽤 긴 작업이었다. 한 시간 남짓 작업하고 문제 있는 부분을 손봐주고 갔다. 일찍 와서 청소하고 내일 해야 할 일 준비도 하려고 했는데 애초에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일을 하겠다고 문을 붙들고 용을 써서 힘이 다 빠졌다.
어쩐지 서글퍼진다.
그런 수동 잠금 장치는 재료도 없다고 쓰던 것을 뜯어내서 수리해서 달아줬다. 문을 따고 보니 집안이 퀭한 것이 혼자 사는 게 티가 나는지 문 손잡이 잠금 장치로는 위험해서 안 된다고 친절하게 수리해서 안전하게 문을 잠글 수 있게 해준게 고마워서 끝내 깎으려던 인건비를 고스란히 건네줬다.
일이 터져서 덕분에 오래 묵은 고민거리를 한방에 해결했으니 잘 된거다. 이렇게 크게 일이 불거지지 않았더라면 대충 눈가리고 아웅하듯 참고 살았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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