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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금목서 향기

by 자 작 나 무 2021. 10. 27.

월요일 청소 시간이 지난 뒤에 교실에 가보니 독한 향수 냄새가 났다.

나 : 도대체 누가 이런 향수를 뿌렸을까?

학생 : 그러게요. 이 냄새가 너무 진하고 독해서 속이 울렁거려요.

 

다음날 학교에서 발견한 범인은 바로 금목서였다. 이렇게 많은 꽃이 수북하게 핀 금목서 향기가 너무나 강해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은목서도 꽃봉오리를 맺었고, 금목서는 화려한 색과 향으로 정신을 쏙 빼놓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월이 며칠 남지 않았다. 딸이 곁에 있었더라면 오후에 이른 퇴근 뒤에 같이 산책이라도 하며 금목서 이야기도 하고 금목서 향도 같이 맡았을 텐데...... 손잡고 걸을 사람, 아니 그냥 나란히 걸을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꽃이 지기 전에 사랑스러운 눈길로 쓰다듬으러 자주 저기 들러야겠다.

 

언젠가 비파가 가득 열려서 신통방통하고 예뻐서 비파나무 사진을 찍었던 그해 가을 생각이 난다. 다시 그 교정에 갈 수 없을까 봐 마음 졸였는데 다음 해에 거기서 봄을 맞았다. 이 금목서도 내년 이맘때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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