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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

가슴 뛰는 일

by 자 작 나 무 2021. 10. 28.

1. 계획한 여행 시간에 맞춰 출발할 버스를 타기 아슬아슬한 시각에 터미널로 향하는 택시에 앉았을 때

2. 처음으로 시작한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주제에 단타에 맛 들여서 주식 시세가 시시각각 오르고 내리는 것을 볼 때

 

최근에 내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뛰었던 것은 고작 그런 경우였다.

두 가지 경우, 결론보다는 과정에서 생기는 위험 요소에 반응하는 거다. 최악의 경우가 되어도 실망하지 않을 각오를 하면서 그 순간을 즐기는 거다.

 

새로운 여행지에서 눈뜰 때마다 설레던 기분과는 다르다. 평화로운 즐거움이 아니다.

 

놀이공원에서 돈 내고 가짜 긴장감을 즐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종류의 쾌감이다.

 

얼마나 돈을 쉽게 버는 사람이 많은지 자본주의의 구멍을 발견하고 보니 내가 거기에 굳이 합류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내가 왜 그런 고상(?)을 떨며 늘지도 않는 정기예금 통장만 꽉 쥐고 있었을까. 돈 많이 벌어서 세계 일주나 해야겠다. 할 수 있다면~

 

*

그와 대조적으로 눈이 동그래지는 반짝임 설렘을 나는 글에서 발견한다. 어느 순간 공감하게 되는 글을 대하는 순간 설레고 흥분되는 감정은 주식에서 단타로 돈 좀 버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설렘이다. 

 

책상 앞에 붙여놓은 시를 읽을 때마다 심장이 다른 모양으로 성형되는 기분이랄까. 눈 감고 그 감정을 어루만지며 혼자 느끼는 기분은 무언가 눈에 보이는 것을 얻는 것도 아닌데 행복하다.

좋아하는 작가가 쓴 어떤 문장을 읽고 다시 읽고, 천천히 되새김질하다가 급기야 베껴 쓰며 손끝으로도 그 희열을 농축하여 느끼기도 한다.

 

이런 것을 '지적 허영심'이라고 혼자 표현한다. 내 지적 허영심 덕분에 나는 문장에 꽂힌다. 그건 결국 사람의 생각에 끌린다는 것이고, 그 사람이 가진 내공과 에너지에 끌린다는 뜻이다.

 

조각뿐이어도, 순간이어도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 것보다 어떤 경험이거나 나를 해치지 않는 것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인생으로 파고들 인연은 없어도 스치는 바람 같은 인연은 분분하다.  한철도 아닌 한순간, 머물지도 못하고 스쳐 간다. 붙들지 않는 것인지 붙들지 못하는 것인지.

 

진공 상태에 머물다가 이제 조금씩 바람 부는 길목에 고개를 내밀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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