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바람 불어 좋은 날
오늘은 아침에 구름이 껴서 날이 흐릴까 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짙은 구름이 금세 걷히고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게 꼭 봄날 같았다. 시내엔 꽤 관광객이 늘었다. 그래도 수능 전이어서 그런지 코로나 이전에 관광객 많았던 때와 비교하면 아직은 관광객이 그리 많지는 않다. 오랜만에 우리 동네에서 관광객 놀이를 했다.
통영 도남 관광단지, 트라이애슬론 광장에서 바라본 풍경
동피랑 마을에 있는 빈티지 카페
통영 이순신 공원 풍경
새로 산 아이폰 덕분에 주말 이틀 동안 풍경 사진을 무려 백 장이나 찍었다. 더 좋은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을 사고 싶은 욕망과 내가 새 폰을 사고 보니 딸내미 폰도 바꿔줄 때가 되었다는 사실이 동시에 떠오른다.
내가 더 좋은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을 갖고 아이폰 13 미니를 딸에게 넘기겠다고 했더니 딸이 좋단다.
사진 찍기 좋은 카메라 달린 휴대폰이 생기니까 여행 가는 게 더 즐거워질 것 같다.
봄날 같았던 날, 마음도 봄날 같아서 가슴이 벅차오른다. 찍은 사진을 정리하는데 흥분감이 고조되는 것이 수상해서 생각해보니 오늘 커피를 과하게 마셨다. 이제 카페인도 좀 줄이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다른 차를 좀 사야겠다.
생각은 분주하게 어디론가 달리고, 멀리 섬을 주시하는 눈빛이 나도 모르게 쓸쓸해진다. 이제 반짝 한낮에 따스했던 볕이 스러질 시간. 공상 속에 꿈꾸던 마음을 현실로 돌려놓고 어디론가 달리고 싶은 마음을 추슬러서 여행 가방 속에 접어 넣는다.
이런 감정이라도 품어보는 게 어딘가..... 잠시 따뜻한 햇볕 아래 걸으며 행복한 상상을 해보는 것만 해도 어딘가...... 내 머릿속에서 맴도는 말이 간지럽게 가슴팍까지 올라왔다가 목구멍을 넘기지 못하고 숨어든다.
아직 철없는 소녀 같은 내 머릿속 환상의 세계는 계속 소꿉놀이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다.
혼자 생각만으로도 간지럽다. 뒤늦게 설렌다. 손잡고 걷던 시간을 맴돈다. 그날 그 순간, 그 길 위의 환상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어지지 못한 길, 이어가지 못한 시간을 그림으로 완성하듯 소설이라도 써보고 싶다. 그 길이 이어졌다면 어디로 향했을지.
난 여전히 꿈꾸고 있다. 그 시간을 벗어나지 못했다. 누군가의 손에서 느껴지던 따스한 느낌이 그립다. 봄날 같았던 가을, 이 계절의 분위기에 휩쓸려서 애틋했다가, 쓸쓸했다가, 그리웠다가, 보고 싶었다가....... 가을 타는 여자가 할 수 있는 망상은 종류대로 빠짐없이 훑고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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