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흐르는 섬 <2020~2024>/<2021>

다름

by 자 작 나 무 2021. 11. 7.

감정의 농도, 몰입도에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나와 타인의 관계가 조금이라도 진전되려면 그 부분에 적당한 농도와 몰입이 필요한데 삼투압 현상에 의해 한쪽으로 빨려 들어가서 사라지거나 흐려지거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나는 연애로 발전하는 대인관계를 접하지 못하고 나이만 들었다.

 

몇몇의 사람은 단 한 번 얼굴 보고 나면 다시는 만날 일이 생기지 않아서 잊힌다. 두 번 만나지 않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거리가 먼 까닭인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어서 그 징크스를 깨보려고 꽤 애썼는데 내게 '다음'이란 시간은 찾아오지 않고 늘 한 번으로 잊히는 사람이 되고 만다.

 

정말 어렵게 두 번 만난 경우엔 상대방의 태도가 호의적이었고, 나의 엄청난 의지가 작용했다. 노력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말로 표현하기에 적당한 선을 넘어선 노력으로 한 번을 두 번으로 바꾸었지만, 그 이상 나아지지 않았다. 

 

내 감정의 순도는 지나치고, 내 감정의 농도도 지나치다. 그래서 혼자 감정에 사무치고, 별다른 진전도 없었던 만남 이후에 그리워도 말할 수 없다. 내 감정의 농도와 다르기 때문에.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너는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왜 그렇게 순진해 빠졌냐?" 라고 타박했다. 그냥 안타까워서 한 말이었다고 이해했다. 나는 이렇게 나이 들어서도 감정은 충분히 닳거나 자라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어렵다.

 

이대로 혼자 늙어가고 싶지 않다. 

 

*

공인인증서 갱신 같은 거 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알고 내버려뒀다가 휴대폰을 바꾼 뒤에 뭔가 원활하지 않아서 인증서를 휴대폰으로 옮겨서 쓰려고 보니 기한이 곧 끝날 것이어서 갱신하려고 했더니 결국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치다가 자동번호 발생기를 어디다 뒀는지 찾지 못해서 진행 과정이 멈췄다.

 

늘 필요한 물건 중에 중요한 것을 두던 서랍도 몇 달씩 열어보지 않아서 예전과 다르다. 꽤 오래 데스크탑을 쓰던 책상에 앉지 않아서 그 책상 서랍과 책상 위에 자주 쓰던 물건 조차 낯설다. 어디에 뭘 뒀는지 본능적으로 기억하던 몸이 그걸 잊은 거다.

 

집안에 있는 물건의 반 이상은 버려야겠다. 손대지 못하고 모셔놓은 물건이 너무 많다. 쓰지도 않는데 버리지도 못한다. 어떤 계기가 있어야 바뀔 수 있을지 혼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다.

 

혼자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홀가분하지만 자꾸 기운 빠진다.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혼자 멀뚱하게 노트북 앞에 앉아서 이런저런 볼일을 보다가 갑자기 멈춰서는 눈물이 핑 돈다. 

 

*

내일부터 하루에 30분 이상 꼭 시간을 내서 물건 정리하고 닦아내기 실천하기

적어놓고 챙기지 않으면 뭘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도 잊는다. 꼭 필요하다고 순간 판단한 것 외엔 자꾸 미루다가 잊는다. 잠이 부족하다. 깊은 잠을 곤히 자고 싶다.

'흐르는 섬 <2020~2024> > <20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목서  (0) 2021.11.09
11월 8일  (0) 2021.11.08
손잡고 걷고 싶은 가을  (0) 2021.11.07
11월 6일 통영 풍경  (0) 2021.11.07
새 아이폰  (0) 2021.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