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딸이랑 둘이 아웃렛에서 시간에 쫓기며 쇼핑했다. 별생각 없이 느긋하게 시간 두고 쇼핑몰에 점심때쯤 도착해서 점심 먹고 보니 시간이 금세 지난다.
딸이 제일 먼저 들어가자고한 스포츠 매장에서 첫눈에 확 끌리는 운동화를 샀다. 다른 신발도 사고 싶은데 그걸 사고 나서 더 예쁜 신발이 눈에 들면 어떡하냐고 종종거리는 게 귀여워서 한 켤레 더 사주기로 하고 열심히 둘러봤지만 넓은 매장 곳곳을 다 둘러보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전날에 학교 체력단련실에서 평소에 하지 않던 근력 운동을 하고 온 딸은 근육통에 시달렸고, 난 주중에 부족한 잠을 보충하지 못한 주말 아침의 분주함에 정신이 몽롱했다. 간절하게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다양한 물품을 꽤 많이 샀고, 터미널에서 딸은 기숙사로 가는 버스를 탔고, 나는 통영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피곤해서 버스 안에서 머리가 저절로 움직이는 깜박 잠에 빠졌다 깨기를 반복하다 보니 금세 통영 터미널에 도착했다.
어딘가 놀러 갔다가 그렇게 버스 안에서 노곤하게 잠드는 게 기분 좋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집으로 돌아와서 쉬면 되니까. 그럴 수 있는 상황인 것에 감사하는 거다. 놀고 싶어도 놀 수 없고,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그리울 것이 그런 쉼과 여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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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내 현실에 일회적으로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이에 대해 생각해본다. 오래 엮이는 인연도 아니고 단 한 번 스치고 시간이 지나면 모습도 기억나지 않을 인연도 인연이라 할 수 있을까만...... 그 속에서 내가 뭔가 배우는 게 있다면 그조차 감사할 일이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 너무나 명확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 짧은 순간이 말해준다.
인연은 무언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더 배워야 할 것이 있어서 오는 것으로 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시간에 나도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는 것은, 굳이 나를 찾지 않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 만큼 절실한 것이 없거나 함부로 상대방 감정의 영역을 침범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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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를 집에 들고 오지 않고 모두 사무실에 둔 탓에 주말에 혼자 마실 커피를 내리지 못해서 아쉽다. 커피 마시러 혼자 카페에 나가기는 귀찮고 가끔 무료 배달 서비스를 해주는 카페를 찾아보니 오늘은 배달하지 않는다. 커피 생각이 간절하다. 카페인 중독이겠지.
사람도 누군가 이렇게 익숙해지면 카페인 때문에 커피를 찾듯, 익숙해진 사람 곁이 간절하고 그리워질 텐데..... 나에겐 그런 인연이 없다는 게 유일한 불만이다. 안 되는 것을 억지로 이어 붙이는 것은 인연이 아니므로 자연스레 이어질 인연이 있기를 바랄 뿐.
내 마음속에 빈자리로 이어진 길은 열어두었으니 나머진 내 몫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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