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태어났으니 애초에 세상에 내 것이랄 것은 한 가지도 없다. 그 무엇도 어떤 인연도 끝내 내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욕심으로 인해 속만 아플 따름이다.
자식이 부모의 소유가 아닌 것은 일찍 알았다. 나를 소유물처럼 대하시는 것 같은 부모님을 겪으면서 내 머릿속은 늘 독립을 꿈꾸고 획책했다.
어쩔 수 없이 따르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인생을 망가뜨리는 어리석은 방법으로 반항하고픈 욕망이 그득했던 어린 시절 덕분에 부모자식의 관계조차 천륜이라는 이름으로 족쇄를 채워서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 절대적인 관계는 아니라고 일찍 가름했다.
자식은 내 곁에 가장 오래 머물다 가는 친구다. 나에게 인연으로 와줘서 감사하다. 그래서 항상 애틋한 마음으로 챙기고 뒤를 봐주는 거다.
11월 11일 진주수목원에서 딸내미 친구들이랑 놀러가서 찍은 사진을 보내줬다. 이제 친구와 놀 나이지...... 나와 어릴 때 즐겨 찾던 곳에서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니 사진만 봐도 행복하다.
내가 골라준 옷과 신발 이 잘 어울린다. 참 예쁘다. 진주 수목원에도 핑크뮬리를 심어놓았구나.....
*
나에게 오는 인연이 있다면, 분명히 내게 부족한 면을 더 가다듬도록 하기 위해 오는 고마운 인연일 거다. 그리 알고 어떤 인연이거나 감사히 받아들일 거다.
*
커피 생각이 간절해서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결국 근처 카페 베이커리에서 커피를 주문했다. 잠옷 바람에 세수만 겨우 하고 있는 일요일에 굳이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서 이 편한 차림으로 편하게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어서 먹지 않아도 될 빵까지 무료 배달 액수 채워서 주문해서 다 먹었다.
탄수화물을 잔뜩 먹고 보니 머릿속에 자잘한 생각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해진다. 딸이 필요하다는 물건을 쓱배송으로 주문하고 멍하니 앉았다.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잊고 있다가 거실로 나서는 순간 알아챘다.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그냥 잊고 산다. 그래서 시시때때로 잊고 아무 감각 없이 살아서 내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는 거다.
어느 날부터 내 주변의 물건을 정리하지 않기 시작했다. 늘 어떻게든 정리하고 또 정리해서 더 보기 좋게 만들고 더 쓰기 좋게 정리하던 습성을 버렸다.
어떤 상처를 극복하는 동안 내 머릿속에 다른 스위치도 꺼버린 모양이다. 지금 이 상태는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이 아닌 게 분명하다. 이 기울어진 마음을 순식간에 바로 잡을 수 있는 타인의 에너지와 영향력이 필요하다. 내가 내 생각을 바꾸는 게 어려울 때가 있다. 그냥 하기 싫은 거지 못 바꾸는 게 아니다. 자신에 대한 반항? 어떻게 내가 나이면서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
귀찮다는 생각, 하기 싫다는 생각을 끄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 된다. 말은 참 쉽다. 행동에 옮기는 것도 어렵지 않은데...... 그냥 하기 싫은 거다. 그래서 조금만 더 버텨보고 도무지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면 몸을 움직이려나.
내가 나에게 이렇게 징징거리는 거다. 힘들다고 말할 수 없었던 부분을 이렇게라도 드러내는 거다. 힘들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은 듯 살아버린 거지.
'흐르는 섬 <2020~2024> > <20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아지겠지만..... 살아내야지 (0) | 2021.11.14 |
---|---|
일요일 저녁 산책길에..... (0) | 2021.11.14 |
일요일 잡담 (0) | 2021.11.14 |
11월 12일 (0) | 2021.11.12 |
감정의 유통 기한 (0) | 2021.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