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퇴근길에 집으로 걸어가다가 딸 전화를 받았다. 에어팟 프로를 끼고 주변음 제어하고 통화하면 바깥소리가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아서 대화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에어팟 왼쪽 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주변음 제어가 되지 않았다.
아침에 긴 머리를 감고 드라이기로 말릴 때 역시 에어팟 프로를 끼고 노이즈 캔슬링 상태로 뉴스를 듣는다. 그 시각에 흘러나오는 뉴스를 놓치기 싫어서 노이즈 캔슬링 효과를 꽤 유용하게 쓴다.
오늘 아무리 만져도 역시 왼쪽 기기에 문제가 있어서 스테레오도 안 되고, 노이즈 캔슬링도 안 되는 거다. 애플에서 수리받으려고 앱을 하나 깔고 따라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문제가 해결돼서 서비스받으러 가지 않아도 되겠다. 친절한 설명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보니 기분이 좀 가벼워진다.
아침에 쏟아지는 장대비를 작은 우산으로 가리고 출근하는데 마음을 한없이 무겁게 하는 어떤 순간과 마주하게 됐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오래 붙들고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난 아직은 피하는 것 외에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 문제 상황과 다시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 더 일찍 걸어서 출근하거나 더 늦게 출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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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딸이 전화해서 또 흥분한 목소리로 기쁜 소식을 전했다. 지난 토요일에 KT에서 만든 일명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여 당당 1등을 한 것에 이어, 그날 시간대 별로 참가한 참가자에게 나눠준 행운권을 어제 실시간 추첨했는데 2등 당첨되었다는 거다.
일요일에 새 폰을 받아가면서 마침 그 이야기를 했다. 명색이 큰 통신회사에서 그런 경기를 열었으면 상금을 좀 넉넉하게 주던지 10만 원이 뭐냐고 그랬더니, 그 게임 참가자에게 나눠준 행운권을 추첨해서 1등 아이패드, 2등 애플 워치를 준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바로 '2등'이라고 속으로 외쳤다. 나도 모르게 딸이 애플 워치를 갖고 싶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2등 되면 좋겠다고 빌었다. 어제 통화하면서 딸이 하는 말이 그랬다. 자기도 그 순간 같은 생각을 했다고.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게 현실화되었다. 진짜 그 많은 사람들이 넣은 행운권 중에 2등 차례에 내 딸 이름을 적은 티켓이 뽑힌 거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행운의 아가씨다.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사람도 있는데 될 사람은 되는 것 같다는 딸의 말에 내가 덧붙였다.
"그래, 넌 뭐든 하면 잘 되는 사람이니까 뭐든 기회 닿으면 나서서 해 봐. 뭐가 되어도 될 거야!"
조만간에 애플 워치를 상품으로 받는 대가로 제세공과금 약 8만 원을 내야 한다. 그래도 그 행사 한 시간 참여한 것으로 딸이 얻은 게 많다. 알량한 물품보다는 어떤 일을 추진할 때 잘 될 거라는 믿음에 날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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