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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

충전 2

by 자 작 나 무 2022. 1. 6.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서 좋을 때도 있지만, 나는 오롯이 혼자인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다. 어쩌면 지금의 혼자인 삶이 사람과 자연스럽게 섞이지 않아도 되는 최적화한 결과일 수도 있다.

 

복잡하고 번거로운 관계와 삶을 원하지 않는 내 바람대로 살면서 외롭다고 투덜댄다. 뉴스를 듣다 잠들었다 깨어보니 아직 깰 시각이 아니다. 어질러놓은 방을 정리하다가 문득 고이는 생각조차 이렇게 써서 덜어낸다.

 

그리고는 아무 생각 없다고 곧잘 말한다. 아무 생각 없이 산다. 의도도 계획도 없이.

 

모든 상황에 관해 시뮬레이션하듯 생각을 가지 끝까지 정리하고 실행하던 때가 있었다. 한 치의 오차도 불편하던 그때엔 왜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한다고 믿었을까. 완벽이란 것의 기준은 누가 정한 것이었을까?

 

그런 것에서 멀어지고 보니 지금의 나는 참 엉성하고 어눌하다.

 

혼자인 시간이 충분해야 몸도 마음도 쉬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간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며 무슨 둥지 같은 내 방에 작년까지 쓰던 큰 오리털 이불과 혼자 쓰겠다고 새로 산 작은 오리털 이불이 그대로 함께 펼쳐져 있다. 오래된 낡은 집에서 느끼는 냉기와 혼자인 허전함이 겹쳐서 한 가지는 덮고, 한 가지는 안고 자야 하니까 치우지 못한다.

 

*

내일 아침 일찍 딸 만나서 부족하다는 옷을 사주기로 했다. 불과 얼마 전에 아웃렛에서 꽤 쇼핑했던 것 같은데..... 그전에 백화점에서도 뭔가 사준 것 같은데..... 그전에 인터넷 쇼핑으로 끊임없이 옷을 사서 보내준 것 같은데 입을 옷이 없다는 거다.

 

우리 집에 입지 않는 옷이 얼마나 많은데..... 그 옷을 어찌 처리할지 걱정인데 그 많은 옷은 손도 대지 않으면서 이제 입을 옷이 없다니...... 뭐라고 말해봐야 소용없을 테니 옷 사주고 입지 않는 옷은 직접 처리하라고 해야겠다. 입지 않는 혹은 이젠 입을 수 없는 내 옷도 적지 않으니 할 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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