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조금 차분하게
갑자기 비행기표 사서 훅 날아가지 않고
미리 가방 꾸릴 여유도 있는 여행을 나서기로 했다.
뭘 보러 가고 싶은 것도 아니고
뭘 먹으러 가고 싶은 것도 아니다.
어쩐지 허한 이 마음에
한순간 스치는 바람이라도 따뜻하기를 바라며......
내일 더 남쪽으로 간다.
애플뮤직 새 플레이리스트를 저장하고
이유도 없이 글썽여지는 눈물을 머금고
남긴 커피 한 모금
시작도 못 해본 연애
시작도 못 해본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
올해는 부디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리기라도 했으면......
어쩌자고 내 감성은, 내 감정은
이렇게 더디게 늙고 철도 들지 않는 것인지........
어느새 중년 아줌마가 되어버린
철부지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