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신고로 매일 딸이 나에게 전화하는 시간이 없다면...... 대체로 하루 종일 말 한마디 나눌 사람이 없다. 귀찮게 하는 사람 없어서 좋다고 생각하며 잘 지내지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실없이 아무 말이나 한다고 좋을 것은 아니지만, 오늘 기숙사 잔류 문제, 어제는 명절에 함께 먹을 메뉴, 2월 말 제주 여행..... 등 우리가 꼭 나누어야 할 주제가 있는 간단한 통화 외엔 잡담 한마디 하지 못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말을 많이 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내 생각 속에 묻혀서 멍하니 지내는 게 괜찮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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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에 한 달씩 살기
우리나라에서 그런 도전을 한다면 어디부터 시작할까?
2020년 1월에 부산에서 한 달 살기를 해봤다. 그때는 딸과 함께여서 괜찮았는데 혼자 낯선 도시에서 한 달 사는 것은 시작부터 생각이 많아진다.
흔하게 제주 한 달 살이는 하지만 다른 도시에서 한 달 살이를 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유럽의 작은 도시에서 한 달 살이할 생각은 해봤는데 우리나라 곳곳에서 한 달 살이하는 것은 의외로 더 번거롭지 않을까. 부산에서 코로나 19 초기에 마스크를 다 쓰고 다니지 않을 때 한 달 살이를 하고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때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은 것은 2019년 12월의 힘든 일정 뒤에 어떤 것이든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생기부와 연수, 수술한 뒤에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너무 많은 것을 감당하기에 힘든 시기였다. 기록하지 않았지만 재밌는 일이 많았다.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그때 일을 조금씩 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