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시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시내 약국에 들렀다가 버스정류장 근처에 있던 붕어빵 파는 리어카를 발견했다. 한동안 어디서든 붕어빵 구워서 파는 곳이 없어서 아쉬웠던 참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오후에 따끈한 먹거리 생각에 리어카 앞에 섰다.
'쑥 붕어빵 2마리 천 원'
3마리나 4마리 천 원 했는데 이제 두 마리에 천 원이라니 살까 말까 망설여진다.
마침 지폐도 한 장 없고, 한 마리 먹고 싶은데 더 사기도 그렇고......
버스 타는 곳에 섰다가 다시 쪼르르 달려가서 계좌이체로 여섯 마리를 샀다.
다른 데에 쉽게 돈 쓰는 것 생각하면 삼천 원 풀빵 사 먹는 게 무슨 대수라고..... 비오는데 거기서 빵 굽는 아주머니께 천 원어치만 달라고 하기 미안해서 많이 먹지도 못할 것을 그냥 샀다.
버스정류장 중에 사람이 많은 곳엔 앉으면 엉덩이가 따뜻해지는 저 의자가 있다. 따뜻한 풀빵 한 봉지 안고, 엉덩이 따뜻해지는 의자에 앉아 있으니 버스 시간도 기다릴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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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서울 가서는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은데 뭔지 모르게 복잡해 보이는 동네와 거리를 보다 보니 나 같은 사람이 저런 곳에 가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대엔 그렇게 옮겨 가서 살고 싶어서 자주 서울을 오가며 기회를 보았지만, 결국 그 나이에도 내가 살 곳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내가 추구하는 바와 너무나 거리가 먼 곳이다. 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터전이라고 하기엔 넘치고 부족한 점이 눈에 확 들어오는 곳이다.
고향에 살면서 아쉬운 것은 단 한 가지, 사람이 없다는 거다. 만날만한 사람이 이곳에 없다는 것. 그게 젊은 날 내게는 엄청난 문제였다. 그래도 온라인 생활을 일찍 시작해서 온라인으로 간접 소통이라도 하면서 그럭저럭 잘 견디고 버텼다.
지금도 크게 다를 바 없는 내 생활을 완전히 바꿀만한 인연은 없어서 굳이 옮겨가지 않고 이대로 산다. 2년 뒤에 정말 내 딸이 그 동네로 직장을 잡게 되면 나도 자연히 옮겨가게 되겠지만, 그 전에 애써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윗동네로 이사하는 일은 없을 거다.
천천히 느린 삶을 사는 게 안 될 이유가 없다. 이런 여유가 주는 삶의 여백을 즐길 수 있는데 시간에 쫓기고 복잡하고 경계하는 삶의 구덩이 같은 곳에 특별한 이유 없이 들어갈 수는 없다.
내 딸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옮겨갔다면 이야기는 달랐을 것이다. 어린 내 딸의 의견으로 그때 우리가 그 동네에 가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반지하에 살게 될까 봐 싫어했다. 그래도 괜찮다고 했다면 다른 삶을 선택했을 텐데......
지금, 여전히 나 혼자 살기엔 혹은 둘이 살기에도 넓어서 청소하기 귀찮은 이 집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주거지를 해결하기 위해 삶의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는 수도권에서 사는 게 내 삶을 얼마나 행복하고 살지게 했을지 그 당시의 변화에 뛰어들지 않은 나는 계산해 볼 여지도 없다.
내 삶에 부족한 것은 부족한 대로 받아들이고 산다. 부족하고 아쉬운 것은 인연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