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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

엇박자

by 자 작 나 무 2022. 1. 28.

 

카톡으로 누군가 링크를 보내면, 그 순간에 내가 그걸 보거나 들어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다.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곡을 듣고, 원하는 것을 보고 싶어서 TV를 아예 켜지 않고 지낸다. 뭐든지 혼자 하는 버릇 들어서 성향도 더 그렇게 변하는 것인가?

 

지난 주말에 받은 링크를 오늘 열었다. 피아니스트 임현정. 김어준의 뉴스공장, 다스뵈이다 등에서 여러 번 본 적 있어서 가끔 인터넷으로 연주하는 영상을 찾아서 보기도 한다. 뭔가 열심히 해서 성과를 만들고 남에게 인정받을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타고난 것에 더하여 많은 노력 끝에 생긴 열매가 풍성해진 계절을 보내고 있는 사람일 거다.

 

내 인생의 계절도 돌고 돌아서 이젠 특별한 계절 없이 잔잔하게 흐른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혹독한 겨울을 먼저 지나온 덕분에 무풍지대에 서 있는 듯하다. 미풍이야 불겠지만 큰 풍파 없으면 무풍지대나 다를 바 없다.

 

밖에 나가서 일을 만들지도 않고, 억지 인연도 만들지 않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편하게 쉴 수 있는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긴장해야 하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도 받아들이는 그 순간까지는 늘 부담스럽다.

 

*

때때로 대화가 필요해. 이렇게 며칠씩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지내는 건 아니야.....

내일 딸이 오면 한동안 같이 지낼 텐데 오늘 이 외롭고 허전한 공복감을 견디기 어렵다. 잘 지내다가 밤늦게 감정에 휘둘린다. 이것도 일종의 갱년기 증상일 수도 있겠지. 아마 그럴 거야.

 

밤새 누군가 붙들고 아무 말이라도 하고 싶다. 

나중에 말하기 싫어지면 이런 날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기.

내 속에서 숨이 죽지 않는 욕심 한 가지를 내려놓느라고 한동안 힘들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그랬겠지.

 

그랬겠지.

 

내 감정과 박자가 맞지 않아서 어렵게 꿰어놓은 구슬 꾸러미를 길에 줄줄 흘려버린 것 같은 안타까움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만 더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래도 가슴은 답답하다. 한 번쯤 큰소리로 엉엉 울면 좀 시원해질까. 

 

10대나 20대도 아니고, 내 감정은 참 풋내 나는 촌스러운.....

 

*

갑작스러운 단절이 주는 절망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20대 중후반쯤, 처음 만나서 결혼하자고 얼떨결에 약속했던 그 사람이 갑자기 연락이 끊어진 다음, 한참 뒤에 교통사고로 쓰러져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원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이런저런 검사하다가 간에 종양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는 도무지 현실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깊이 빠졌던 사람이었지만 오래 알아갈 기회도 없이 석 달만에 완전한 단절을 경험했다. 

 

*

부디 별일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란다. 차라리 그게 낫다. 학기가 완전히 끝나면 확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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