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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

내 머리엔

by 자 작 나 무 2022. 2. 6.

요즘 아무래도 기생충이라도 한 마리 사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뻔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그냥 보고 있는지 이해 불가.

 

예전에 항상 방학 숙제부터 해 놓고 놀았다. 여동생이 끝까지 숙제 안 하고 다음날 선생님께 혼날 것을 아니까 내가 괜히 속 상하고 떨렸다. 학교에서 혼나고 오면 집에서도 여지없이 몽둥이로 두들겨 맞기 일쑤였다.

 

그런 부모 아래에서 살아도 나는 애초부터 그릇된 일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은 하지 않았고, 나중에 힘들어질 일을 만들지도 않고 살았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계산에 맞지도 않는 짓을 하고 있는 거다.

 

이유도 없는 것 같은데 나는 왜 구태여 이런 경험을 하려는 걸까? 이러는 너는 도대체 누구냐? 범생이는 제때 일을 해내지 않으면 그 이상을 감당할 능력이 없으니까 범생이가 되는 거다. 지금도 감당 불능의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도대체 뭘 믿고 이러는 거야?

 

엊그제 아프지만 않았으면 다했을 것 같지만, 이틀 아팠다고 그렇게 많은 일을 다 할 수 있었을까? 뻔뻔해질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일인데..... 내 상태가 정말 이상한 거 보니 어디 아픈 모양이다. 심각하다.

 

 

*

딸은 옆에 누워서 놀기만 해도, 잠만 자도, 실없이 웃으며 장난스럽게 방귀만 뀌어도, 자꾸 맛있는 것 먹자고 조르기만 해도 좋더라. 그냥 뭘 해도 다 좋은 거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 존재 자체로 좋은 거다.

 

그런 사람이 딱 한 사람만 더 있으면 좋겠다. 곁에 있고 싶은 사람. 함께 하고 싶은 사람. 뭘 해도 이해하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곱게 볼 수 있는 사람 딱 한 사람만 있으면 이 지긋지긋한 외로움이 반토막 날 텐데......

 

누군가 곁에 있어도 외로운 게 사람이라고 했으니 온전히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내 할 일 하다가, 문득 자다 깨서, 혼자 밥 먹다가 얼굴을 들었는데 누군가 앞에 있어서 그 자체로 안심이 된다. 사람이 이렇게나 그립고 아쉬운데 아무나 만날 수도 없고, 아무나 곁에 둘 수도, 곁에 다가갈 수도 없다.

 

얻을 수 없는 것, 이룰 수 없는 꿈이 이런 것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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