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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

2월 1일

by 자 작 나 무 2022. 2. 1.

나 : "아무리 봐도 그리 못생긴 것 같지는 않은데..... 왜 이렇게 안 예쁘지?"

딸 : "살쪄서 그래. 살을 빼야지..... "

나 : "힝~~"

딸 : "엄마는 어디 하나 부담스럽지 않은 데가 없어. 눈도 쑥 들어가서 외국인 같고, 코도 너무..... 이젠 심지어 뱃살도 부담스러워."

 

그러고는 오늘 치즈 든 핫도그와 맛바를 주문 해서 같이 먹었다. 밥은 따로 먹고 후식으로..... ㅠ.ㅠ

 

아무도 우릴 찾지 않고, 우리도 기다림 없는 평행선 위에 있다.

 

며칠 딸과 함께 지내서 적적한 기분은 한결 덜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딸은 떠날 것이고 나는 또 혼자 밥 먹고 혼잣말하는 동굴에 사는 기분이 들겠지.

 

내일쯤 나현이네에서 나물밥 한 그릇 먹으러 오라고 우릴 불러줄까. 오늘 뭔가 해야 하는데 노트북만 열어놓고 엉뚱한 것 하며 시간을 보냈다. 마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고장 난 기계 같다. 어디든 마음 둘 곳이 없으니 멀리 떠나서 현실의 파리한 표정을 피하고만 싶다.

 

내 감정이 변하는 과정,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겪는 사소한 떨림이 일기 속에 남아있다가 언젠가 이런 사소한 울림이나 떨림도 느끼지 못하는 나이엔 웃으면서 읽겠지. 여태 이렇게 산다. 여고생일 때 짝사랑하던 남학생 생각하며 말도 걸어보지 못하고 앓았듯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혼자 좋아하다가 앓다가 내려놓는다. 더 부딪혀서 깨지는 것보다 이게 덜 아프니까.

 

심장에 실금이 하나 생긴 것 같은데 그 미세한 흔적이 얼마나 지나면 아프지 않을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유치한 감정은 어디서 치료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정상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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