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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

나흘 동안 .....

by 자 작 나 무 2022. 2. 10.

2월 7일 아침 6시 넘어서 일어나서는 밤새 한 시간도 자지 않고 밤새 일하고 다음날 출근했다. 8일에도 그대로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새벽 4시 반에 누워서 두 시간가량 눈을 감았다 떴더니 출근할 시각이다. 9일까지 사흘 동안 잠시 눈 감고 30분 잠들기를 두 번, 그 외에 거의 잠들지 못하고 일했다.

 

개학 전에 사흘 정도 아프지 않았으면 그런 일 없이도 무난히 계산대로 일은 끝냈을 것 같다. 뭘 믿고 그러는지 내가 한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뻔뻔하게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닥치면 다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했다. 하필이면 장염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통증에 시달리며 사흘 내리 아파서 병원 신세까지 져야 했던 것은 예측 불가한 변수는 계산에 넣지 않아서 문제가 생겼다.

 

이제 그럴 나이가 아니다. 이번엔 정말 식겁했다. 20대에 밤을 하얗게 새우고 놀아본 적은 있지만, 정말 한숨도 안 자고 다음날 출근하고 종일 일 하고 또 잠을 안 자고도 버틸 정도로 나도 독한 면이 있다는 건 처음 경험했다. 잠을 이기려도 애쓰지 않고, 배고픔도 참지 않고 몸이 원하는 것은 잘 들어주는데.....

 

내 게으름 때문에 실수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서 강박증 같은 게 발동해서 생긴 일시적인 것인지 정말 내 머리에 문제가 생겨서 긴장을 풀지 못하는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다. 40시간 이상 연속으로 깨어있었고, 나흘 동안 수면 시간이 합쳐서 여덟 시간 정도. 이렇게도 버틸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

머리에 총 맞은 것 같은 상태로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다른 일을 저질러야만 했다. 연휴 내내 함께 지내던 딸이 가고 나서 우울하거나 감상에 빠질 여유라고는 단 몇 초도 없을 만큼 나를 긴박하게 몰아붙이는 방법.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지만 한 번은 했다.

 

내가 나를 해치는 것처럼 무식한 짓이 없다. 내일은 오랜만에 늦잠 좀 자고 싶다. 그래도 할 일은 남았고, 결정해야 할 일도 남았다. 의논할 사람이 없으니 혼자 생각하고 내리는 결정이 때로는 폭탄을 껴안는 기분이다. 어찌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 될는지.......

 

*

6일부터 오늘까지 나흘 밤낮을 여덟 시간 가량 빼고 거의 깨어있었다. 집중력 떨어져서 실수를 남발했다. 그래도 데드라인은 넘기지 않고 해야 할 일은 끝냈다. 오늘은 그대로 쓰러져서 잠들었어야 하는데 이 엄청난 긴장감이 아직도 머리를 누르고 있어서 언제든 화살이 날아와서 내 머리를 확 뚫을 것 같은 불안감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했다.

 

오늘 처음 미국 주식도 샀다. 나 이제 어쩌나? 15만 원 정도 투자했으니 대단히 큰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매수 수수료가 들지 않는 국내 주식 거래만 하다가 처음으로 일을 저질렀다. 사실 뭘 알고 한 게 아니어서 더 걱정이다. 이렇게 무식하게 무모해진 것은 잠을 못 자서 그렇다. 잠들고 싶고 눈은 빠질 것 같은데 머리가 맑지도 않고 개운하지도 않고 안개 낀 새벽 같다.

 

*

지난달 28일에 얼떨결에 딸내미 때문에 뚫은 귓불은 엊그제 밤새고 일한 뒤에 머리 감고 돌아서니 귀걸이가 어디로 갔는지 없다. 시내 나갈 시간이 없어서 그냥 뒀더니 금세 막혔다. 왼쪽은 막히고, 오른쪽은 귀걸이가 붙어있다.

 

내일 가서 새 귀걸이를 사면서 한 쪽한쪽 막힌 것을 또 뚫어야 할까? 아님 이대로 한쪽만 귀걸이를 걸고 다녀?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니까 참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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