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에 국가 건강검진 결과로는 안 된다기에 오늘 아침에 신체검사를 받기 위해 어제저녁부터 굶고 아침에 느지막이 이 동네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돌아오는 길에 가장 가까운 사전 투표소를 찾아서 한 표 찍고.
집에 돌아와서 냉장고에 든 재료를 이것저것 볶아서 한 끼를 해결했다.
새로 도착한 택배 상자를 뜯고 정리하고 그 속에 담겼던 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이고 나니 나른하다. 낮에 분명히 밖에 한 번 더 나갈 계획이었는데 방바닥이 나를 빨아들이는 것 같다. 등짝이 붙어서 떨어지질 않는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굳어서 움직이기 싫은 거다. 막상 나가면 팔랑팔랑 잘 돌아다니는데 혼자 뭔가 하다가 어느 순간 멈칫하게 되면 묘하게 서글퍼진다. 정말 이렇게 남은 인생을 쓸쓸하게 살아야 할까......
파프리카 몇 개 사다가 사과 베어 먹듯 우적우적 먹을까 하는 생각에 마트까지 라도 걸어갔다 오고 싶은데 정신이 몽롱해진다. 새로 도착한 암막 블라인드 한 개를 방에 설치하고 방충망 뚫린 거실에 있는 블라인드는 줄이 뜯긴 상태로 어쩌지도 못하고 그냥 뒀다.
어떻게 하다보면 처리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 하고 보니 이젠 너무 귀찮다. 썩은 것 같은 냉장고 냄새를 해결하겠다고 탈취제를 4개나 사서 코딱지만 한 냉장고 아래 위로 두 개씩 넣었는데 별로 효과가 없다. 이렇게 해놓고 월세를 그렇게 받는구나.
대통령이 대출을 막아서 자기처럼 은행 대출 얻어서 이런 건물을 공짜로 사서 월세 왕창 걷어서 자기 건물로 만드는 거 이제는 어렵다며 대통령 욕을 한다. 자긴 덕 보고 다 해 먹고 더 하고 싶은데 안 된다는 거다.
나 같은 사람은 벌어서 등 붙일 방 한 칸 얻겠다고 월세로 다 날리며 사는 이런 시스템이 아주 정당하다고 월세에 허리 휘는 사람 입장은 안중에도 없다. 그렇게 뜯어낸 돈으로 수억, 수십 억짜리 건물을 갖게 됐으면서. 은행 대출만 받을 수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이런 건물 장사라는 것을 진작에 잘 알았다면 나도 그렇게 살았을까?
살던 집, 새로 얻은 원룸까지 월세 내고 나면 생활비가 빠듯하다. 딸에게 줄 생활비는 월세로 다 사라진다. 대출이라도 받았으면 이렇게 내는 월세로 은행 이자 내고 대출을 갚아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가난한 자에겐 오로지 끝없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월세를 건물주에게 상납하는 길 밖엔 없는 거다.
대통령 잘 바뀌면 이렇게 벌어서 겨우 등 붙일 방 얻어 쓰는 세를 평생 내다가 죽을 팔자에서 좀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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