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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

3월 12일

by 자 작 나 무 2022. 3. 12.

오랜만에 집에 다녀왔다. 이사하면서 대충 널브러진 짐을 그대로 두고 왔다. 이번에도 청소기만 대충 밀어놓고 너무 늦기 전에 돌아와야 해서 서둘러왔다.

 

얼마 전에 택배가 와있었던 것인지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문 앞에서 택배 상자는 얌전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팟빵으로 구독하는 '월말 김어준' 뭔가 신청하라고 해서 신청했던 것이 택배로 와있다. 그간 월말 김어준에서 나온 방송 대본 분량 엄청난 것을 엮어서 보내줬다. 작년에 심심할 때마다 참 재밌게 들었던 '월말 김어준'.

 

 

*

아주 가끔 와인 한 병을 사서 조금씩 마시는 때가 있는데 와인 잔이 없으니 어쩐지 이상했다.  거실 탁자 아래에 종이 상자 안에서 잔 한 개만 꺼내고 가만히 뒀던 와인잔 상자에서 새 와인잔 두 개를 꺼내서 캐리어에 담았다. 쓰지 않아도 없으면 아쉬운 내 기분을 충족하기 위해서 가져오긴 해야 했다.

 

 

*

냉동실 서랍을 열었더니 냉동 가자미, 냉동 새우가 그대로 두면 머지않아 먹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 같아서 급히 조리해서 먹었다. 마땅한 다른 재료가 없어서 마른 가루 입혀서 그냥 튀겼다. 너무 맹맹하거나 느끼할 것 같아서 마른 고추 몇 개를 넣었더니 깔끔한 맛에 한 접시를 다 먹어치웠다.

 

두고 먹을 수도 없고, 나눠먹을 수도 없으니 혼자 다 먹는 수밖에 없었다. 주방에서 음식 만드는 게 갑자기 신이 나고 음식을 만들고 먹는 그 과정에서 묘한 에너지가 생겨서 좋다.

 

집에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생활 근거지가 바뀌었으니 그곳은 집이 아니고, 잠시 빌려서 사는 곳이니 또한 이곳도 집이 아니다. 거꾸로 말하면 그곳도 집이고, 이곳도 집이다. 어쩐지 아쉬운 점이 조금씩 있는 집 두 곳에 마음이 나뉘어 있어서 살짝 불안정하다.

 

 

새우를 발견하기 전에 먼저 꺼냈던 가자미도 이미 냉동실에서 꺼내 놓은 바람에 튀겨서 먹어야 했다. 앞으론 생선이나 새우 튀길 때 마른 고추를 조금 넣는 것 자주 써먹어야겠다. 

 

 

삼천포에서 진주로 넘어와서 다시 통영 가는 버스를 타야 하니 집에 한 번 다녀오는 것이 번거롭다. 그래도 오늘은 어쩐지 한 번 꼭 다녀와야지 싶어서 나섰는데 통영 가는 버스를 타기 직전에 직장에서 내 옆자리 앉은 분이 확진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완행 시외버스 / 시외버스 / 택시  / 택시/ 시외버스 / 완행 시외버스

통영에 한 번 다녀오는데 세 종류의 차를 두 번씩 탔다. 교통비 4만 원. 통영 종합버스터미널에서 집까지 시내버스를 타면 2만 원이 줄어든다. 짐을 덜 가지고 다닐 때는 시간을 두고 시내버스를 타야겠다. 그러면 오가는 시간이 30분 이상 더 걸린다는 게 문제다.

 

차를 사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지만 이번 달엔 먼저 필요해서 쓴 카드 값이 월급보다 많으니 자중해야겠다.

 

 

*

너무 갑갑해서 어디든 다녀오고 싶어서 결국 다녀온 곳이 통영이고, 집에서 청소만 하다가 왔다. 제주나 서울처럼 금세 비행기로 오갈 수 있는 곳에 가면 좋은데 김해 공항이 이제 너무 먼 곳이 되어버렸고, 사천 공항에선 한동안 운항하지 않던 서울 가는 비행기는 다니고, 제주도 가는 비행기는 여전히 없는 모양이다.

 

주말에 우울증 환자처럼 살지 않으려면 야무지게 계획 세우고 어디든 쫓아다니고 많이 걸어야겠다. 오늘 집에 다녀온 다음에 신속항원 검사를 했다. 음성

 

2022. 03. 12.

 

2022. 03. 10.

이틀에 한 번씩 신속항원 검사를 한다. 다음 주엔 그냥 지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주변에 확진자 나올 때마다 해야 한다.

 

 

*

딸이라도 만나서 하룻밤 같이 자고 나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은데 딸은 요즘 학기 초여서 바쁘다. 친구, 동료, 후배, 선배 만나러 다니느라 바쁘다.

 

이렇게 살다가는 고독사 하지 않을까.....

난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탄다. 50년 넘도록 혼자 살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서 혼자 사는 게 견디기 힘들다. 편하기는 하지만 어색하고 이상하고 우울하다. 토하기 직전까지 폭식하는 이상한 짓을 연거푸 하고 속이 불편하다. 갱년기를 겪으면서 더 우울하고 힘들다. 지속해서 대화할 상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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