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룸에 있는 블라인드 두 개 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해서 잠자는 곳에 암막 블라인드 하나를 사서 설치했다. 해가 떴는데 걷어 올리지 않고 그대로 뒀다.
노트북 어댑터가 꽂혀있는데 충전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노트북에 연결한 핀이 제대로 꽂혔는지 확인하지 않고 두 번이나 멀티탭에 꽂힌 콘센트만 만지작거렸다. 그래도 변화가 없으면 다른 것을 점검해야 하는데 그냥 내버려 뒀다.
어느 순간 노트북에 연결한 어댑터 핀이 제대로 꽂혀있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문득 생각났다.
내일을 알 수 없을 만큼 막막한 통증에 시달리며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그 시절에 거의 매일 만나던 의사 선생님께
"선생님, 제가 우울해서 더 아픈 걸까요? 아파서 더 우울한 걸까요?"
도무지 나아지지 않고 계속 가라앉는 내 몸과 마음이 치져서 푸념처럼 내뱉은 내 어리석은 질문을 듣고 진지하게 두 가지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설명을 해주셨다.
요즘 나는 겨우 버틴다. 긴장을 풀어도 되는 시간에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푹 자지 못한다. 면역력 떨어지면 생기는 증상에 종일 시달린다. 우울해서 그렇고,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지 않으니 더 우울한 이 우물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어서 더 아픈 것처럼 느껴진다.
밤잠을 제대로 못 자서 생긴 피로감을 카페인으로 속이고 하루를 견디다가 밤엔 한 시간 간격으로 깬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 변화가 필요하다. 뭘 할지 모르겠지만 더 깊이 이 우울함 속으로 들어가야겠다. 바닥에 닿으면 달라지겠지.
연결점을 확인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이 허망한 감정과 우울감은 반복해서 나를 망칠 거다. 그런데 지금은 블라인드를 치고 어둠 속에 이대로 우두커니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