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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

5월 13일

by 자 작 나 무 2022. 5. 14.

 

허공을 걷는다.

마음이 한걸음 내딛는 길은 투명한 듯하면서도 앞도 뒤도 아래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위로 뻥 뚫린듯한 아니 무언가로 가득한듯한 허공의 기운 속에 나도 묻히려 걷는 길

 

오후 늦게 천근만근 같던 몸을 이끌고 와룡저수지를 찾아갔다.

마침 핀 때죽나무 꽃이며 금강초롱, 꽃창포 기타 등등 이름을 나열하지 않아도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아름다운 계절이다. 날이 흐려서 우산을 들고 나와서 한동안 부슬비를 맞으며 걷다가 한참 뒤에 우산을 접어서 백팩에 넣었다.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카메라에 담지 못하는 아름다운 풍경은 직접 본 사람만 느끼는 거다. 내일 딸이 이 동네 놀러 오기로 했다. 꼭 함께 가서 내가 즐기는 이 아름다운 길에서 느끼는 감상을 함께 나누고 싶다. 

 

예쁘게 꽃피운 나무나 잎에 윤기 흐르는 나무를 스쳐가며 말해준다.

"너, 참 예쁘다. 네가 있어서 내 기분도 이렇게 좋아지네. 너, 참 고맙다."

 

용두공원 지나서 와룡저수지를 돌아서 내려오는 길에 이 흔들 그네 의자에 꼭 앉아서 놀다 온다. 놀이터에 가서 그네를 차마 타지는 못하겠고 어릴 때 학교 그네 조차도 아무리 줄을 서도 힘세고 싸움 잘하는 못된 애들이 내 앞에 다시 서고 다시 서는 바람에 해가 넘어가도록 다리 아프게 서서 내 차례 한 번 시원하게 잡지 못해서 그네를 맘껏 타보고 싶었던 그 시절의 바람은 그렇게 좌절당했다.

 

싸우고 싶지 않아서 한 번 더 양보하고 한 번 더 양보하고 내 차례엔 그네를 잡았다가 앉기 무섭게 등을 떠밀어서 곧장 내려야 했던 비애를 어린 나이에 겪고 세상이 왜 그런지 궁금했다. 왜 이렇게 제멋대로 힘을 과시하고 착하고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은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것인지......

 

기다리는 사람 없으니 맘껏 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저수지와 산을 번갈아 바라본다. 아직도 세상은 약육강식의 정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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