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한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갑자기 내리 꽂히는 길에서 끝없는 것 같은 나락의 길로 떨어져 본 적이 있다. 갑자기 친한 사람이 죽고, 일은 이상하게 굴러서 망가지고, 집안도 갑자기 풍비박산 나고, 게다가 신생아를 안고 혼자 빈손으로 길바닥에 나앉은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를 것 같은 천형의 삶의 굴레까지 껴안게 되었던 그때, 나는 설상가상이 뭔지 알게 되었다.
그 정도 겹으로 힘들어야 비로소 힘든 게 뭔지 알게 되는 거다. 바닥을 겪게 되면 진정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나는 그 바닥에서 큰 생채기 없이 살아남았다. 정석대로 사는 게 최선이라는 것을 알아서 딱히 요령 피우지 않고 아프고 가난한 것을 주어진 대로 받아들였고,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주어진 현실을 살아냈다.
덕분에 어떤 일이 닥쳐도 살아낼 것 같지만 이번엔 눈속임이 아니라 잘못 디딘 걸음이면 그대로 멀쩡하던 다리가 확 꺾어질 일인 것이 눈에 보이는데 걸음을 뗀다.
기회이거나 최대의 위기이거나 둘 중 한 가지. 위험을 감수하고 뭔가 할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사실인지 한 번 더 경험해보기로 한다. 사실이면 좋겠다.
돈 없을 때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고 싶다. 아주 작은 것부터 조금 큰 일까지. 나를 먼저 살리고,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절실한 시점에 쉼표를 찍어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힘없는 어린 생명에게 두레박을 던져주어 건져 올려주고 싶다. 햇볕이 비치는 곳에 옮겨놓는 일을 하고 싶다.
오늘은 밖에 나가지 못했다. 해야 할 일을 잔뜩 싸들고 왔는데 피곤해서 이대로 누우면 잠들 것 같다. 내일까지 해야 할 일이 꽤 밀려있다.
습관적인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하는데 두려움에 맞서지 못하고 빵을 잔뜩 먹었다. 그랬더니 졸린다. 여유 부리면 안 되는데 내 몸부터 살리겠다고 본능이 나를 여기로 이끈다. 그럼 쉬어야지......
'흐르는 섬 <2020~2024> > <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 19일 산책길에...... (0) | 2022.05.19 |
---|---|
실수연발 (0) | 2022.05.19 |
주식을 다 처분했다. (0) | 2022.05.18 |
5월 17일 산책길에..... (0) | 2022.05.18 |
소.원.성.취 (0) | 2022.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