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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

5월 29일

by 자 작 나 무 2022. 5. 29.

복잡한 것이 싫다.

복잡한 것 중에 가장 어렵고 힘든 것은 인간관계다.

내 주변엔 나를 고통스럽게 하거나 귀찮게 할 인연이 없다. 출가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살아지는 것은 단출하게 살고 싶었던 내 욕망이 그대로 현실화한 것일 수도 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도대체 어디에 태어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복잡하게 얽힌 연결고리를 다 풀어서 가야 할 길로 돌려놓기를 원하기는 했다. 함부로 허튼 인연도 맺지 않으려는 내 바람대로 너무나 조용하게 산다.

 

여기서 뭔가 더 바라는 것은 욕심일 뿐이다.

 

이 정적으로 그득한 휴일, 어질러진 집에서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피곤하면 누워서 쉴 수 있는 자유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오늘은 이만 잠들어야겠다.

 

지금 적당한 피로감에 청소를 더 할 의욕이 생기지 않을 만큼 몸이 피곤하다. 이 상태조차 오늘은 싫지 않다. 잡념 망상이 끼어들 틈이 없으니 오히려 감사하다.

 

'그린 마더스 클럽'이란 드라마를 보니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위기의 주부들'이란 드라마가 떠올랐다. 너무 요란하지도 않고, 너무 밋밋하지도 않게 인생에서 끊임없이 파고드는 삶의 고통을 들여다본다. 알 수 없는 타인의 삶의 일면을 허구로 만든 극으로 엿본다.

 

가진 만큼 고통도 많은 삶인가? 나에게 오늘 유일한 문제는 입을 것도 없으면서 옷만 쓸데없이 많아서 이 좁은 원룸에서 갈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바닥에도 몇 개 떨궈놨다는 거다. 해결책은 살만 빼면 된다. ㅎㅎㅎ

 

답은 있으나...... 의지가 거기까지 적극적으로 미치지 못하고 맞는 옷 몇 개 찾아서 걸치고 다니면서 쓸데없는 얄팍한 고민도 아닌 고민 같은 소리도 한다. 10대에 나도 그렇게 살아보고 싶었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고민도 아닌 것 같은 일로 고민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언제쯤 저렇게 하찮은 고민도 해볼까 생각했다.

 

어릴 때 그리던 것처럼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고 하찮은 고민 아닌 고민도 고민인 것처럼 글로 옮겨놓기도 한다. 날 밝으면 일하러 갈 곳이 있어서 좋고, 그 일터에서 너무 무거운 일을 맡지 않아서 좋다. 이제 5월도 이틀이면 다 지나간다. 가족이 없어서 쓸쓸하고 헛헛하던 감정을 탄수화물로 열심히 채우며 살아낸 5월.

 

이렇게 졸립고 나른한 것조차 기분 좋다. 그런데 나른하고 행복한 기분으로 밤새 깨어있지 못하고 잠들어야 하는 게 아쉬울 뿐.

 

 

*

금요일에 병원에서 나를 상대로 약 장사를 하는 분위기를 읽었다. 처방받아야 할 약 외에 다른 처방을 잔뜩 써서 따로 설명해준다. 뭔지 알 것 같다. 그런데 한 번도 그런 치료나 주사를 맞아본 적이 없어서 피곤해서 생긴 내 병증에 도움이 된다는 그 치료는 도대체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한 번은 권하는 대로 돈 내고 치료를 받았다.

 

어떤 기계에 누워서 상처 부위에 빛을 10분 쬐는 것으로 2만 원 이상의 치료비를 내란다. 뭔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한 번 해봤고, 양쪽 눈두덩이가 가렵고 부어오르고 염증까지 생겨서 엉망인 것은 그런 주사를 맞으면 빨리 회복된다고 해서 무슨 주사를 3만 원 정도 내고 맞았다.

 

그 덕분인지 어제 기운 나서 좀 돌아다녔더니 오늘은 집밖에 한 발짝도 못 나가겠다. 머릿속에 온갖 스위치를 다 끄고 깊은 잠에 들어서 푹 자고 아침을 맞고 싶다. 이런 일기를 쓰는 날도 있구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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